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사랑의 늪에 빠진 두 연인

바람아님 2014. 9. 13. 11:03

 

아리 셰퍼의 ‘정원의 파우스트와 그레트헨’(1846,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 양손을 맞잡은 두 연인은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8부 능선을 넘은 듯하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평생 프랑스에서 활동한 아리 셰퍼(1795~1858)의 그림이다. 늙은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회춘해 아름다운 그레트헨에게 작업을 거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 비련의 여인은 사랑에 눈이 멀어 장차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살해하지만 죄책감을 못 이겨 죽음을 택한다. 영혼을 팔아넘긴 파우스트도 악마의 의도와는 달리 숭고한 사랑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화가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 그레트헨과 파우스트를 밝게, 그레트헨의 이웃과 악마를 어둠 속에 처리해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제는 상투적이지만 장밋빛 사랑의 순간을 로맨틱하게 포착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