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동아일보 2014-10-16일자]
총리는 수상을 극찬했지만 정작 티롤 교수는 수상 회견에서 모국의 정부와 기업을 성토했다. 프랑스가 ‘노동시장 개혁’에 실패한 것을 최악의 경제침체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규직의 고용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노동법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대신 ‘기간 계약직’을 채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미 2003년에 정규직과 기간 계약직의 차이를 없애는 개혁방안을 제안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당시 그의 논문을 들여다보면 급여와 복지혜택에서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는 시간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도를 일찍 도입한 네덜란드에 대한 부러움이 곳곳에 묻어 있다.
티롤 교수가 노동시장 개혁을 주창했던 2003년 프랑스는 꿈쩍하지 않았지만 경쟁국인 독일은 달랐다. 그해 독일을 이끌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대대적인 노동시장 개혁인 ‘하르츠 개혁(Hartz reform)’의 시동을 걸었다.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높은 실업률, 정체된 성장률에 노사는 정부의 개혁안을 수용했다.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의 도입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근로시간 단축이 핵심이었다. 성장 둔화로 고용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해법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사회적 공감대에 강성 노조도 더이상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근로시스템이 바뀌더라도 생산성만 높일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독일 기업의 자신감도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2003년 서로 달랐던 양국의 선택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 판이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5년 넘게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프랑스, 낮은 실업률과 견고한 성장으로 유로존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독일.
고성장 시대를 마무리 짓고 성숙기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는 한국 경제도 어쩌면 비슷한 선택 앞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이 선택했던 것처럼 고용정책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정규직의 장점(고용안정과 복지혜택)과 단시간 근로 등 비정규직의 장점을 결합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이들 국가들이 먼저 보여주었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여성 고용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보완대책’은 그래서 의미를 곱씹어볼 만하다. 지난해 11월 시간선택제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한번 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 전일제 정규직 근무체제에 맞춰 인사시스템을 운영해 온 기업은 제도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시간제 일자리는 파트타임(아르바이트)직으로 보는 구직자들의 인식도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몸집에 언제까지 예전 사이즈의 옷을 입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사회 및 경제규모의 변화에 맞춰 제도를 바꾸자는 의미만은 아니다. 티롤 교수가 25%가 넘는 프랑스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주장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말. 이는 프랑스에만 해당되는 고언은 아닐 것이다.
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13일(현지 시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트위터에 “‘프랑스 때리기’를 하는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줬다”고 썼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장 티롤 툴루즈 1대학 교수(경제학)의 수상이 국가의 자존심을 살린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높은 실업률과 오랜 경기침체로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프랑스가 스스로 콤플렉스를 드러낸 반응이라는 평가 또한 적지 않았다.
총리는 수상을 극찬했지만 정작 티롤 교수는 수상 회견에서 모국의 정부와 기업을 성토했다. 프랑스가 ‘노동시장 개혁’에 실패한 것을 최악의 경제침체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규직의 고용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노동법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대신 ‘기간 계약직’을 채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미 2003년에 정규직과 기간 계약직의 차이를 없애는 개혁방안을 제안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당시 그의 논문을 들여다보면 급여와 복지혜택에서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는 시간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도를 일찍 도입한 네덜란드에 대한 부러움이 곳곳에 묻어 있다.
티롤 교수가 노동시장 개혁을 주창했던 2003년 프랑스는 꿈쩍하지 않았지만 경쟁국인 독일은 달랐다. 그해 독일을 이끌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대대적인 노동시장 개혁인 ‘하르츠 개혁(Hartz reform)’의 시동을 걸었다.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높은 실업률, 정체된 성장률에 노사는 정부의 개혁안을 수용했다.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의 도입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근로시간 단축이 핵심이었다. 성장 둔화로 고용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해법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사회적 공감대에 강성 노조도 더이상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근로시스템이 바뀌더라도 생산성만 높일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독일 기업의 자신감도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2003년 서로 달랐던 양국의 선택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 판이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5년 넘게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프랑스, 낮은 실업률과 견고한 성장으로 유로존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독일.
고성장 시대를 마무리 짓고 성숙기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는 한국 경제도 어쩌면 비슷한 선택 앞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이 선택했던 것처럼 고용정책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정규직의 장점(고용안정과 복지혜택)과 단시간 근로 등 비정규직의 장점을 결합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이들 국가들이 먼저 보여주었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여성 고용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보완대책’은 그래서 의미를 곱씹어볼 만하다. 지난해 11월 시간선택제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한번 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 전일제 정규직 근무체제에 맞춰 인사시스템을 운영해 온 기업은 제도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시간제 일자리는 파트타임(아르바이트)직으로 보는 구직자들의 인식도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몸집에 언제까지 예전 사이즈의 옷을 입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사회 및 경제규모의 변화에 맞춰 제도를 바꾸자는 의미만은 아니다. 티롤 교수가 25%가 넘는 프랑스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주장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말. 이는 프랑스에만 해당되는 고언은 아닐 것이다.
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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