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시론] 한국 언론 탄압했던 日本이 외치는 언론 자유

바람아님 2014. 10. 20. 11:10

(출처-조선일보 2014.10.20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언론학)

산케이 보도로 한·일 논란 증폭
독신 여성 대통령 명예훼손에 司正 당국, 국민 대신 대응했지만 일탈에도 엄격한 법적용 애매해
한국 언론 자유 큰 제약 없는데 들이대는 日 언론 이해 어려워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언론학
일본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이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어디에서 누구와 같이 있었느냐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는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 기준을 일탈(逸脫)했다는 관점에서 보아야 했다. 
보도는 지난 8월 3일자였는데, 두 달이 넘도록 한·일 양국에서 일파만파(一波萬波)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 시민단체가 가토 다쓰야(加藤勝也) 산케이 지국장을 고발하자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 불만을 표시하는 논평을 냈고, 외무성은 
주일 한국대사관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일본 언론도 한국에 언론 자유가 없다는 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곤혹스러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

형식논리로는 한국 검찰과 외무부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고 
법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언론을 법 이론에만 입각해서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큰 제약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대통령을 향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직설적인 
비방이나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도록 에둘러 비아냥거리는 글을 써도 그냥 넘어가는 세상이 되었다. 기관원이 언론사에 
상주하다시피 드나들고, 언론인이 부당하게 수사기관에 끌려가거나 겁박당하는 일이 흔했던 시절도 있었다. 법조 출신 
대통령이 비판적인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사례도 있었다. 그런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언론의 자유가 넘치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대통령은 국가수반인 공인(公人)이다. 공인에 대한 보도와 비판은 일반인에 비해서 더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통령에게 다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결혼하지 않은 독신 여성이다. 
그의 이미지는 여성이자 독신이라는 청결함에 직결된다. 그러기에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때에 어떤 남성과 같이 있었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는 언론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명예를 훼손하고 이미지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반인에게 닫힌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눈이 있다. 대통령의 소재와 움직임은 경호원을 비롯하여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보좌 인력이 분초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게 되어 있다. 검찰도 사건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있었다고 
했다. 산케이의 보도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였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불쾌한 감정을 지니게 된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국민은 일본에 대해서 민감하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내보낸 
뒤에 이를 사과하지 않는 일본 언론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사정(司正) 당국이 나선 것은 국민의 공분(公憤)을 대리한 
법적 대응이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말아야 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일탈했다고 해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거나 애매한 경우가 많다. 법률 적용의 관점에서 
비유하자면 언론의 자유는 파랑새와 같다. 너무 조이면 질식하게 되고, 풀어주면 날아가 버린다. 우리는 광복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자유라는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았다. 언론의 빙하기를 거쳐 지금은 백화(百花)가 난만한 
자유로운 계절이 되었다. 전쟁과 정치적 격변을 거치는 동안에 언론 자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경험하면서 자유를 쟁취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일제강점기 언론에 가혹한 탄압을 가했던 일본이 산케이 사건을 빌미로 우리에게 언론 자유를 들이대는 
모습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