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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다임기획]2014인물초대석 신혜우 식물세밀화 작가-세계 최고권위 식물세밀화 전시 ´2년 연속 대상´

바람아님 2014. 10. 26. 10:42

[출처 ; 뉴스다임 2014-7-17일자]

 

"사람들이 편하게 식물을 관찰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는 ‘보태니컬 아트쇼’(The Royal Horticultural Society London Botanical Art Show)에서 신혜우 작가(29, 고려대)는 한국인 최초로 2년 연속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적인 작가 30여명이 2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상을 받게 될지 몰랐다는 신혜우 작가. 그를 <뉴스다임>이  만났다. 

 

 

 

▲ 신혜우 작가 '보태니컬 아트쇼' 수상 모습     © 뉴스다임



국내에서는 생소한 식물세밀화를 그리게 된 이유는.

-어릴 때 식물도감 보는 것도 좋아했지만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미대 갈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식물공부를 택했다. 대학교에 1년을 다니고 나서 지도교수님께서 제가 그림을 좋아하는걸 아시고 식물세밀화집을 보여주시면서 실험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되었다.
 
보태니컬 아트는 우리말에 ‘식물세밀화’에 해당하는 말로 씨앗, 열매, 꽃, 잎, 줄기, 뿌리 등 식물을 관찰하여 그리는 그림이다. 식물세밀화는 어떤 그림인가?

-우리나라에도 자생적으로 신사임당의 초충도나 남계우의 화접도 같은 식물이나 곤충을 자세히 그린 그림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서양의 보태니컬아트는 그런 세밀화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단순 꽃그림이 아닌 식물의 종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그린 그림으로 식물 종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함축해 넣었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함께 발달한 그림들이다.
 
이번 ‘보태니컬 아트쇼’에 출품했던 작품들은 어떤 것인지.

-올해 전시했던 주제는 [한국의 종속영양 식물]이었는데 정확하게는 [한국의 기생식물]이었다. 기생식물은 다른 식물이나 곰팡이에 기생하여 영양분을 얻는데 그 생활상이 매우 특이하고 기생하는 숙주식물도 각각 달라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는 한국의 기생식물 중 참나무겨우살이, 야고, 수정난풀, 가지더부살이, 미국실새삼, 개종용이라는 식물 6점을 그렸다. 
 
이번 작품을 그리면서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과 사연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언제나 식물을 그리다보면 공부할 것이 너무 많고 각 종마다 다른 고민이 생긴다. 이번에 그린 그림들 중에 가지더부살이가 있는데 각 개체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 때문에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개종용이라는 식물을 그릴 때는 이 식물이 울릉도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샘플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제 그림에는 그 식물의 일대기가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꽃이 필 때, 열매가 맺을 때 외에 여러 번 관찰을 해야 하는데 전시회가 다가오고 시간이 부족했다. 울릉도에 갈 수 없는 저에게 여러분들이 수고해 열매 샘플을 주셔서 겨우 시간 내에 그릴 수 있었다.  

  
▲ 신혜우 작가 작품 '미국 실새삼'     © 뉴스다임

 
지금까지 식물세밀화를 그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요즘은 식물세밀화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고 어린이 책으로도 조금씩 세밀화가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식물세밀화를 시작하던 9년 전에는 개념도 잘 모르고 동료 화가들도 없고, 그림을 배운 적도 없어 혼자서 2년 정도는 너무 막막했다. 
 
그러다가 'RHS 전시'라는 세계에서 아주 권위적인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기서 나이가 저보다 조금 많은 어떤 영국 여자분이 최고상을 받았는데 그림을 전혀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마침 저도 제가 어느 정도 그리는지 알아보고 싶어 영국의 어느 시골 예술학교에서 3일 정도 하는 특강을 신청하고 무작정 영국으로 날아갔다. 마침 제가 석사를 졸업할 때였는데 저는 그냥 제 그림을 다 들고 가서 평가를 받고 싶었다.

채집 때문에 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혼자서 그렇게 멀리 간 것은 처음이었다.. 영국 시골 마을까지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걸어서 그분을 찾아 가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내 보이고 그분의 반응을 보면서 RHS에 나도 참여할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다. 그 후에 몇 년 동안 준비해서 작년에 처음으로 RHS에 참여했고 그때 최고상을 받았다. 이 모든 일이 신기하기만 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 그 이유는?

-후박나무라는 그림이다. 작년 RHS 전시 주제는 한국의 녹나무과 식물들이었는데 그 6점의 시리즈 중 처음 그린 그림이고 주제를 정하게 해 준 식물이다. 한국의 남부지역에 자라는 늘 푸른 나무인데 열매가 1cm 정도 되어 파랗게 익고 줄기는 빨갛게 바뀌어 아주 예쁘다.
 
이 작품은 작년 RHS 전시회에서 어느 영국 숙녀분이 사가셨는데 제가 처음 참가하여서 그림이 팔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완성본 스캔을 받아놓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사 가신 분께서 순수하게 너무 좋아하셔서 매우 뿌듯하다.(보고싶긴 하다)
 
▲ 신혜우 작가 작품 '야고'     © 뉴스다임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세밀화 분야를 혼자 연구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

-혼자서 가장 고민하고 막막했을 때는 2년 정도 실험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때였다. 그 때마다 지도교수님이 ‘무엇이든 몸으로 열심히 하면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무언가를 이루게 된다’고 하셔서 힘이 되었다. 함께 식물도감을 만들어보자라는 말씀도 했었다.
 
식물을 관찰할수록 신기한 형태가 너무 많았고 그것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 분야가 발달했고 한국에 사는 식물과 비슷한 식물들이 꽤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 사는 식물들을 자세히 기록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다 식물도 좋아하니 좋은 조건에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확하게만 기록해 두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고 편하게 식물을 관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신혜우 작가     © 뉴스다임
식물세밀화를 그리면서 생긴 습관이 있나?
-어릴 때부터 집요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긴 한데 세밀화를 그리면서 그 습관이 더 심해졌다. 보통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식물이나 곤충은 척척 잘 구분하면서 핸드폰이나 차는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한다. 
 
식물 세밀화를 그리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한국의 식물들을 정확하게 다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한국에는 3500여종의 식물이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세밀화의 특성상  다 그릴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제자들이 생겼으면 좋겠고 그들과 함께 한국의 식물들과 나아가서 곤충과 포유동물, 조류 등 다양한 생물들을 그려보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도 외국처럼 Scientific illustration 과목이나 학과를 개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식물세밀화는 우리나라에서 기반이 단단히 잡히지 않아서 진로고민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신혜우 작가의 바람대로 식물세밀화가 우리나라에서 전문분야로 자리잡아 큰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함께 할 재능있는 인재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