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동아일보 2014-10-31일자]
박형준 특파원
학술단체 “위안부 강제동원 분명… 아베총리의 부당한 견해 무책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 왜곡을 일본 역사학자들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30일 일본 역사학연구회에 따르면 이 연구회는 최근 성명을 발표해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깊이 관여하고 실행했다는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아베 총리에 대한 반박이다.
연구회는 1932년 설립된 뒤 2100명의 회원을 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학술단체로 1980년대부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 왔다. 연구회는 ‘정부 수뇌와 일부 매스미디어에 따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부당한 견해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아베 총리 견해대로 (위안부 문제를) 이해한다면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세계에 알리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학술단체의 구보 도루(久保亨·61·신슈·信州대 인문학부 교수) 위원장은 24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역사학연구회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은 중국 산시(山西) 성 등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한국에서도 강제 연행당했다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 연행은 아베 총리가 말하는 ‘집에 들어가 강제로 끌고 간 경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감언 사기 협박 인신매매 등 의사에 반한 것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22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위안소 내 성 접대 강제 여부는) 역사학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구보 위원장은 “이미 역사학에서 확인된 것인데 일부러 확인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성명에 공감하는 역사학자가 ‘대다수’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 성명에 日 역사학자 격려 메일 쏟아져”
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4-10-31 03:00:00 수정 2014-10-31
구보 도루 日역사학연구회 위원장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해 왔다. ‘위안소 생활은 강제적인 상태 아래서 참혹한 것’이라는 고노 담화의 문구도 “역사학자에게 맡기자”며 피해 갔다.
‘역사학연구회’의 구보 도루(久保亨·사진) 위원장을 24일 만나 최근 ‘정부 수뇌와 일부 매스미디어에 따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부당한 견해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낸 의도와 배경을 물었다.
―성명을 발표한 계기는 무엇인가.
“최근 일부 정치가와 미디어가 역사의 진실에 기초하지 않고 위안부 문제를 의논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진실에 기초해 차분히 논의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또 일부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정치인, 목소리 큰 극우의 의견은 소수이고 일반적인 의견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성명에 모든 회원들이 찬성했나. 특히 ‘일본군이 관여한 위안부 강제연행’ 부분에 다른 의견은 없었나.
“위원 38명이 성명을 만들었고 이를 웹사이트에 올려 회원들에게 공개했다. 반대 의견을 밝힌 회원은 없었다. ‘역사학자로서 성명을 밝히게 돼 좋았다’, ‘수고했다’ 등과 같은 격려 메일이 도착했다. 대부분의 일본 역사학자는 이번 성명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증언 오보 인정을 계기로 일부 정치인들이 ‘고노 담화의 근거가 붕괴됐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어떻게 보나.
“아사히신문 기사를 거짓이라고 하면서 위안부 문제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부 여론의 지지를 얻어내 자신의 정치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
―일본 정부는 왜 ‘감언 사기 협박 인신매매 등 본인 의사에 반한 연행’을 ‘강제연행’이라고 인정하지 않나.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켰고 식민지 지배라는 범죄를 저질렀다.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이를 감추기 위해 왜곡된 ‘사실’을 믿고자 하는 것이다.”
―위험해 보인다.
“그렇다. 사실에 기초한 역사를 부정하는 최근 일본 움직임은 독일 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부정, 이탈리아 내 파시즘 부정과 같은 것이다. 현재는 소수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만 앞으로 다수가 될 우려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일본 정치인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강조한다. 어떻게 보나.
“동의한다. 일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의미 있는 발언이다. 다만 그 발언이 일본 사회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한국 내 자신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역사학 연구회의 주요 연구 테마 중 하나가 위안부인가.
“근현대사 연구 중에서 중요한 테마 중 하나다. 1980년대 위안부 연구 논문을 냈다. 지난해 12월 이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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