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중앙일보 2014-10-31일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최형규/베이징 특파원
G2(미국과 중국)는 현재 문명 갈등을 넘어 문명 충돌로 가는 추세다.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미국과 전혀 다른 가치로 오늘의 부흥을 이룬 만큼 미국적 가치로 국제 사회를 독단하지 말라(지즈예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오늘의 중국을 가치의 부상으로 보지 않고 주변국 불안을 야기하는 ‘팽창주의’(스트로브 탤벗 브루킹스연구소장)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국가전략에 탄력성이 더 있어야 한다는 거다.
둘째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예상되는 한국과 중국의 안보관 충돌이다. 중국은 우리의 평화통일은 찬성하지만 자국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단다. “통일 한국이 중국에 우호적이어야 하고(리자오싱 전 외교부장), 미군이 주둔하지 말아야 한다(리샹양 아태 및 글로벌 전략연구원장)”는 말은 모두 중국 문 앞에 미군 주둔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경고다. 이런 추세면 미군 주둔 문제에 끝나지 않고 통일 후 한·미 동맹의 지향점을 걸고 넘어질 게 뻔하다. 중국의 논리를 제압하고 우려를 덜게 할 수 있는 전략적 안보관 정립에 더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는 북·중 관계가 ‘국가 대 국가’ 개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외교부장과 주미 대사를 지낸 리자오싱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과 관련된 우리의 대중 외교도 국제 규범과 질서에 준하는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북핵 혹은 탈북자 문제는 중국 외교가 착각할 수 있는 대한(對韓) ‘꽃놀이패’가 아니라 G2의 책임과 의무라는 점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직간접 외교전략을 짜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일 갈등 고착화에 대한 한국의 처신이다. 이번 대담에 응한 4명의 중국 싱크탱크 수장들은 모두 양국의 (역사·영토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모순은 한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렇다면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의 중·일 완충 외교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가 전향적 자세로 한·일 관계의 모순을 중국에 앞서 풀어낸다는 전제조건 아래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다. “한국이 미국이건 중국이건 누구한테도 떠밀려선 안 된다”는 짐 드민트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의 충고를 백 번 천 번 각인해 전략적으로 소화한다는 조건이다.
최형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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