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수수께끼 같은 남북관계

바람아님 2014. 11. 2. 09:51

[출처 ; 중앙선데이 2014-11-1일자]

      

최근 남북한을 볼 때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의 행보는 더욱 그렇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한동안 북한 언론에 등장하지 않자 많은 음모론이 제기됐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문까지 퍼뜨렸다. 이에 동북아를 담당하는 외신 기자들의 관심은 북한에 집중됐다. 하지만 결국 김정은 체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최근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과 역사 인식에 대한 차이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나라다. 북·중 관계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일본에 접근하는 것은 얼핏 보면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한국과의 관계도 그렇다. 북한은 이달 초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을 보냈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적극적인 제스처다. 당시 제2차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에 대한 의견이 오갔고 별문제 없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남측이 당초 10월 30일로 제안했던 회담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한 간에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 탓이다. 남쪽의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문제가 됐다. 북한은 전단을 운반하는 풍선에 사격을 가했다. 한국 내에서는 전단 살포 단체와 지역주민들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김포시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가 관할하는 애기봉 전망대 확장 문제가 시빗거리다. 북한은 그동안 애기봉 전망대에 세워진 등탑이 대북 선전 시설이라고 철거를 요구했다. 1971년에 세워진 이 전망대는 북한과 불과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등탑에 불을 밝히면 개성에서도 볼 수 있다. 등탑 점화는 2004년 남북 합의로 중단됐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점등을 재개하자 북한은 “포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애기봉 전망대의 확장은 관광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남조선 당국이 애기봉에 있는 전망대를 원래 것보다 두배 이상 높이겠다고 공개했다”며 “우리를 자극하는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남북 간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남북한의 관계도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일 집권 말기의 북한은 거의 집단 지도체제의 모습을 보였다. 막강한 권력을 보유했던 김정일은 급진파와 온건파 간 균형을 맞추면서 국가를 이끌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1인 중심 체제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외신들은 김정은 체제 초기에는 급진파인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온건파이자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권력 기반을 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영호는 갑자기 권부의 핵심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어 급진파의 유력인사들도 하나 둘 사라졌다. 이때만 해도 북한에 온건파가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전망도 장성택의 숙청으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한에서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정세를 감안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기 위한 ‘골든 타임’이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큰 기회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한국엔 나쁘지 않다. 관광상품을 개발해 외국인들을 적극 유치하는 등 북한의 대외 유화적인 태도도 좋은 징조다. 북한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이 항상 대화의 창을 열어놓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알파고 시나씨 2004년 한국에 유학 와 충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