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1.03 배미향 CBS FM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DJ)
나는 계절을 후각으로 음미한다.
방송이 끝나는 오후 8시부터 나는 매일 한 시간씩 걷는다.
흩어져 내린 낙엽을 밟으며 묘하게 마음을 흔드는 가을 냄새를 맡으며.
며칠 뒤 비가 내리고 나면 냉정한 겨울의 싸한 냄새를 맡을 것이고,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면 풋풋한 봄 냄새를 맡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흐르는 땀과 함께 후끈한 여름 냄새를 맡으며 걷는 일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원래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원래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찍이 운전면허를 딴 뒤부터 차를 몰고 다니는 게 습관이 돼서인지 걷는 게 싫었다.
주변에선 나이가 들어갈수록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야단이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답답한 적이 있었다. 무작정 집을 나서 걷기 시작했다.
안 걷다가 걸으니 며칠을 고생했지만 이상하게도 걸으면서 맡았던 그 계절의 냄새가 참 좋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고 세 시간 거리 둘레길도 걷게 됐다.
한번은 동료들과 북한산 종주도 했고, 강원도 아침가리 트레킹에도 합류했다.
고생도 했지만 걸으며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북한산 종주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북한산 종주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걸으면서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도 생기고 건강도 훨씬 좋아지는 느낌이다.
컨디션이 안 좋다 싶으면 이젠 약을 찾는 대신 계절 냄새를 맡으러 나간다.
걸으며 음악도 듣고 하루 동안의 나를 돌아보며 걷는 시간. 몸과 마음이 정갈해지는 그 느낌.
참으로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다.
가을은 그 점에서 가장 걷기 좋은 황금의 계절이다.
오늘도 방송이 끝나면 나는 어김없이 계절이 주는 그 냄새를 맡으러 걸어 나갈 것이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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