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동아일보 2014-11-13 일자
검찰총장을 지낸 인사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골프장 기숙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프런트에서 일하던 이 여성이 낸 고소장에 따르면 A 씨는 작년 6월 늦은 시간 골프장 기숙사에 찾아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성추행을 하고 5만 원을 쥐여 주고 갔다. A 씨는 당일 기숙사에는 여직원 3명이 같이 있었으므로 성추행은 어림없는 얘기라고 부인한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경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최고위층 출신들이 잇따라 성추행에 연루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올 9월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한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박 전 의장은 “손녀딸 같아서 그랬다”는 해명으로 더 큰 분노를 샀다. 손녀딸이 귀여우면 할아버지가 손녀딸 가슴을 손가락으로 찔러도 되느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박 전 의장의 나이가 올해 76세, A 씨의 나이는 70세다. 고령의 남성 ‘갑(甲)’들이 젊은 여성을 추행하는 현실에는 권력과 문화, 노인의 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2011년 수도권 65세 이상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66.2%가 성생활을, 35.4%가 성매수를 하고 있었다. 노인의 성 담론은 금기시되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욕구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늙은 말도 홍당무를 좋아한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문제는 노인이 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금력과 권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권력과 재력을 갖춘 고령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데 익숙해 젊은 여성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엔 저명한 수학자가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인턴으로 일하던 대학원생을 무릎에 앉히고 성추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평생 학생들에게 떠받들어지던 교수의 버릇이 국제대회 인턴에게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수행 길에서 인턴 성추행으로 나라 망신을 시킨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이 얼마 전이다. 유명인사들이 번갈아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모양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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