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1.15 방현철 논설위원실)
지난여름 언론계 선배 몇 분과 식사를 했다. '로봇 저널리즘'이 화제에 올랐다.
미래엔 자료만 던져주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이미 올 3월 LA타임스가 로봇이 작성한 지진 속보를 인터넷에 올렸다.
한때 촉망받던 기자란 직업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으로 몰락할 10대 직종' 4위에 신문기자를 올렸다.
▶그런데 참석자 한 사람이 지금은 안정적 직업으로 보이는 교사나 의사도 컴퓨터와 로봇이 발전하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유엔 미래 보고서 2040'에선 2030년에 사라질 열 가지를 예측했다.
그중엔 공교육과 교실, 의사와 병원 진료가 들어 있다.
전통적 교실 수업의 90%가 온라인 무료 교육으로 바뀐다는 전망이다.
원격진료와 로봇 수술이 발달하면 의사를 만날 필요가 없어질지 모른다.
▶옥스퍼드 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 등은 작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란 보고서에서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금 유치원생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쯤 되면 현재 있는 직업의 절반이 없어질 것이란 얘기다.
프레이 교수는 미래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감성이 필요한 예술가, 음악·미술치료사,
연애 상담사 등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며칠 전 한 모임에서 "학업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다면
배관공(配管工)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유가 그럴듯하다.
배관공은 미국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16% 정도 더 번다.
연간 대학 학비로 5만~6만 달러를 쓰는 대신 일찍 일을 시작하면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학비는 고스란히 자기 수중에
챙길 수 있다.
배관공 같은 전문 기술직은 대체가 어려워 계속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배관공을 대신할 로봇이 개발된다면 배관공 역시 사라질 직업 1순위에 오를지도 모른다.
1940년대 최초 컴퓨터 에니악은 큰 방 하나를 꽉 채웠지만,
우리는 지금 그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고 있다.
블룸버그의 말엔 남들 선망하는 대학에만 연연하지 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이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지금 잘나가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빠른 사회 변화 속에서 앞으로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 점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직업 고민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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