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기고] 중국의 '한반도 中立化 통일' 제안에 대비해야

바람아님 2014. 12. 3. 10:29

(출처-조선일보 2014.12.03 강성학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강성학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요동치는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바다 위에서 대한민국호(號)의 
외교적 항해가 몹시 불안해 보인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은 치밀하면서도 꾸준하게 한국을 유혹하고 있다.
한국도 거부반응이 거의 없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반기고 있다. 빈번한 한·중 정상회담에다가 집권 여당 대표도 취임하자마자 
동맹국을 제쳐두고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찾아가 인사할 정도가 
되었다. 오랜 우방국인 일본에 대해선 모든 현안을 제쳐둔 채 
도덕적 우월감으로 일본을 굴복시키려 한다. 반일(反日) 감정은 
높아졌고 중국은 이런 한국의 대일 자세가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외교의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중국은 한국에 기습적으로 '한반도 중립화(中立化) 통일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런 중국의 제안은 한국인 사이에 한민족이 정말로 통일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폭발시키면서 극심한 국론 분열을 일으켜 정국이 불안정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난공불락의 성(城)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분을 일으켜야 한다. 
중국의 '한반도 중립화 통일 방안'에 한·미 간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에 불만을 품고 
주한미군의 사드(THAAD) 요격 시스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무조건적인
반미 세력들이 열광할 것이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인에게 '중립(中立)'은 19세기 말부터 아주 유혹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지정학적 조건에서 한국은 스위스보다는 벨기에에 가깝다. 
1차 세계대전의 여명에 영세 중립국 벨기에는 프랑스로 가는 길을 내달라는 독일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참담하게 짓밟혔다. 
1950년대 초 서독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스탈린의 거듭된 독일 중립화 통일 제안을
거부하고 북대서양 동맹에 가입했다. 그는 중립이나 연립정부 같은 공산주의자들의 
제안은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빌리 브란트의 유명한 동방정책도 
중립화 통일을 모색한 것이 아니라 동독과의 관계 정상화였다. 그리고 이것을 차용한 
한국의 북방정책도 중립화 통일 방안과는 무관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추상적인 외교적 수사학을 되풀이하다가 난데없이 
'한반도 중립화 통일 방안'을 제안하여 한국의 정치적 지축을 흔들어댄다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체제 손상 및 궁극적 붕괴를 추구해온 북한의 정책을 
성공시켜 주는 셈이 될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전략적 행위에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통일을 위해서도 동맹국 미국의 대체국이 될 수 없다.

세계 외교사에서 빛나는 최고의 전략가 비스마르크는 5대 강대국 사이에선 항상 
'3의 모임'에 속하는 것이 낫다고 충언했다. 한국의 미래는 나 홀로 야망에 들뜬 중국이 
아니라 유럽 및 일본과 동맹을 맺어 '3'을 이루는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토대 위에서 
한국의 모든 대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외교 전략이 군사적 동맹의 국가 방위 전략과 크게 엇나간다면 단순한 외교적 실수가 
아니라 자멸(自滅)의 길을 택하는 셈이 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중국이 불쑥 '한반도 중립화 통일 방안'을 제안해 올 경우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준비를 미리 치밀하게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