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朝鮮칼럼 The Column]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열 명의 賢者'이다

바람아님 2014. 12. 8. 12:59

(출처-조선일보 2014.12.08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정보영상학부 교수)

대통령 일거수일투족이 비밀… 對面 보고 했다는 인사 못 봐
'정윤회 소동'의 본질은 不通, 대통령은 '소통의 化身' 돼야
1人 능력으론 나라 못 이끌어… 곳곳에 智者·賢者 기용해야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정보영상학부 교수 사진오래전부터 이상했다. 

선거 때 주요 공약의 틀을 짠 중량감 있는 인사가 대통령 당선 후 아무 자리도 맡지 않더니, 

인수위 때 상당히 높은 자리에서 지휘했던 한 장관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대통령 면담을 거절당했다고 했다. 

각종 기관장은 제 임기를 훌쩍 넘겼는데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어정쩡하게 업무를 보았고, 

어떤 자리는 공백이 예상되는데도 서둘러 현직을 내보냈다.

청와대와 내각 안팎에서 경고음은 계속 나왔다.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 대면(對面) 보고가 없다고 하고, 

마치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제작진 힌트처럼 필요할 때 전화를 하신다고 했다. 

전화통을 들고 진땀을 뺄 고관(高官)들이 안쓰러웠다. 

당 지도부와 만남을 '정례화'한다는 것이 뉴스가 될 만큼 둘의 만남은 '이례적'이었나 보다. 

청와대에서 조찬과 만찬이 사라졌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인사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임계량에 서서히 다가가는 이런 웅성거림 속에 '7시간의 행방' 이야기가 나왔다. 

핵심은 420분이라는 시간의 총량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시간대별로 보고를 받았고, 대통령 계신 곳이 집무실이라는 초등학생 수준의 답을 내놓았다.

현재 성난 짐승처럼 요동치며 민심을 흔드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소동은 이제 사람들의 의구심이 

정권을 이해하고 감싸줄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취임식 때 한복은 누가 맡겼는지, 같은 스타일의 옷을 매일 공급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지, 

휴가철에 읽을 책은 무엇인지, 모두 비밀이다. 

공개된 휴가지 사진에서도 대통령은 늘 혼자였다. 

어미 닭처럼 동생들을 살뜰히 챙길 줄 알았는데 가장 가까운 혈육인 남동생은 취임 후 한 번도 청와대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은 대체 누구와 얼굴을 맞대고 말하며 지내는 것일까.

민심은 때맞춘 금융권 인사에 서강대 인맥인 '서금회'를 문제 삼고, 

이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이 매우 떳떳하게 청와대에 등을 돌린다. 

그들에게 이 정권은 '신나게 일한 좋은 기억'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수평적 민주 사회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소통(疏通)의 화신(化身)'이다(이어야 한다). 

열심히 만나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자리가 제 모양을 보존한다. 

대통령의 힘과 기능은 말에서 비롯된다는 '수사적 대통령(rhetorical presidency)'이 그것이다. 

소통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조언은 기본적으로 소통한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한다. 

게다가 '위대한 소통가'로 기록된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도 "중요한 건 스타일이 아니라 내용이다.

나는 위대한 소통가가 아니라 위대한 것을 소통한 사람일 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성적인 사람의 힘'을 알리기 위해 내성적인 작가 수전 케인도 테드(Ted) 강연 무대에 섰다. 

잘 팔리는 물건도 광고를 하듯 기존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도 소통과 설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쯤 되면 대통령도 알아야 한다. 문고리 3인방과 정윤회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그들의 힘은, 네트워크 이론 용어를 빌리면, 

연결 노드(node) 수보다 권력자인 핵심 노드와 맺은 관계가 네트워크에서 힘을 발휘하는 '위세(威勢) 중앙성'이 높을 뿐이다. 

그들은 대통령의 불통에 따른 '삐꺽음'을 알려주는, 말하자면 일본 사무라이 집에 자객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나이팅게일 마루'에서 나는 경고음 같은 존재인 것이다. 

방치하면 대통령이 총체적 불능(不能) 상태에 빠지거나, 적어도 권력의 근육을 손상해 다리를 절게 만들 것이 예상된다.

대통령은 공대(工大)를 나온 학사이자 특별한 가정에서 자라나 정치 경력이 유일한 사람이다. 

이과(理科)적 배경은 담백함이라는 장점이 있고, 독특한 가정환경은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쌓을 수 있는 이력은 그게 무엇이라도 나라를 이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곳곳에 지자(智者)와 현자(賢者)를 기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애국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대통령에게 충성할 때 정권도 성공하고 나라도 발전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그런 좋은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비밀 병기다.

실체도 묘연한 '십상시(十常侍)'로 고민이 깊을 대통령에게 지금 정말로 필요한 건 '열 명의 현자'이다. 

그들과 만남이 늘어나면 문고리의 힘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아마 그들이라면 이번 일은 검찰에 맡길 것이 아니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산케이 지국장을 기소하는 것은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고 말렸을 것이고, 

이번 문건을 알린 세계일보 보도는 언론사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버거운 큰살림을 현명한 사람들과 함께 맞들고 상의하다 보면 그들의 지혜와 안목이 고스란히 대통령의 것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대통령으로 가는 문(門)을 즐겁게 열고 자연스럽게 오갈 때 문고리 3인방은 글자 그대로 문고리에, 

비선은 글자 그대로 비선으로 남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