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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행복한 人口 감소론'에 빠진 일본

바람아님 2015. 1. 13. 18:38

(출처-조선일보 2015.01.13 차학봉 도쿄 특파원)


차학봉 도쿄 특파원 사진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연초부터 "강한 일본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선조(先祖)는 (패전으로) 허허벌판이 된 일본을 세계 으뜸 국가로 발전시켰다"면서 

"일본을 다시 세계 중심에서 빛나는 국가로 만들자"고 한다. 재집권 3년 차를 맞은 아베 총리는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 확대와 군사비 확대 등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이 직면한 최대 위기인 '인구 감소'에는 눈을 꼭 감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27만명이 

자연 감소했다. 8년 연속 감소로, 전후 최대 규모이지만 정부도 지식인도 놀라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장기 비전'을 통해 2060년 인구 목표를 현재 인구보다 2700만명 감소한 

1억명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출산율 목표도, 이를 뒷받침할 정책도 제대로 내놓지 않았지만 

비판하는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좌파도, 우파도 오히려 '행복한 인구 감소론'을 펴고 있다. "전체 GDP가 감소해도 1인당 GDP를 유지하면 된다." 

"탈(脫)공업 문명, 지속 가능한 새로운 문명을 만들 수 있다." 

"일손 부족은 로봇과 노인 인력을 활용하면 된다."

준비되지 않은 인구 감소는 재앙이다. 

인구 감소는 인구의 구조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연금·의료 비용을 급증시키는 '재정 지옥', 

내수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 지방자치단체를 유지하는 최소 인구 붕괴에 따른 '지방도시 소멸'을 의미한다. 

일본 인구가 1억명을 돌파했던 1960년대 말에는 현역 세대 40명이 1명의 고령자 연금을 부담했다. 

현재는 2.5명의 현역 세대가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데도 예산 절반 가까이를 국채로 충당한다. 

앞으로 한 명의 현역 세대가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시대로 진입할 경우 복지비 부담을 둘러싼 세대 간 전쟁, 

높은 세금에 지친 젊은 층의 일본 탈주극도 예상된다. 

국가가 노인 복지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행복한 인구 감소는 환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방위비를 사상 최고로 늘리면서도 저출산 투자에는 인색하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대신은 "1990년대부터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정치권이 투표율이 높은 

고령자 우선 정책을 펴면서 저출산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저출산 투자는 GDP의 1%로 선진국(3%)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일본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이민을 통한 인구 감소 저지도 어렵다. 

70년 이상 일본에 거주한 재일교포들까지 국외로 추방하자는 인종차별 시위가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나라다. 

더구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 이슬람 테러가 빈발하면서 '이민 공포증'이 휩쓸고 있다. 

극우 단체 시위 현장에 새로 유행하는 구호가 '이민 망국론(移民亡國論)'이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일본처럼 이민을 거부하면 국가가 멸망할 수 있다"는 충고를 한 적도 있다.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강한 일본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군사력 확대나 평화헌법 개정이 아니라 

인구문제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불로그내 "[Books]지구는 이미 人山人海… 저출산은 기회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