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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52] 미술가의 사회적 지위

바람아님 2015. 2. 21. 09:15

(출처-조선일보 2010.04.27 김영나 서울대교수·서양미술사)

20세기 초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드랭은 친구 마티스를 데리고 부모에게 갔다. 
화업을 반대했던 그의 부모는 마티스의 학식과 점잖은 모습을 보자 그만 허락을 하고 말았다. 
아들이 화가가 되겠다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에게는 그리 탐탁한 일이 아니었다. 
미술가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고대부터 내려오는데, 그 주된 이유는 손으로 하는 작업은 미천한 노동자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세 말기에 설립된 대학에서도 음악과 시는 가르쳤지만 미술은 고차원적인 것을 이해하게 
인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화가나 조각가가 되려면 장인(匠人)에게 도제교육을 받아야 했고, 
길드에 가입해야 했는데 이것은 일종의 노동조합과 같은 조직이었다.

	[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52] 미술가의 사회적 지위
중세의 길드는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지나친 경쟁을 
관리하며, 과부를 위한 연금제도를 실시하고, 
도제들의 숙소문제 등을 도와주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작업 수준을 맞추고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길드가 화가들의 독창력 발휘에 방해가 되었다는 설과 
그렇지 않았다는 설이 있지만 미술가들이 이들의 
독점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탈리아 건축가 브루넬레스키는 길드 회비를 
내지 않고 버티다가 투옥되기도 하였다.

미술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천재적인 
작가들이 등장한 르네상스부터였다. 
새로 설립된 미술아카데미에서 고전, 해부학 등을 
정식으로 배운 미술가들은 장인계급에서, 
그리고 길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19세기에 
와서도 미술가들은 규범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보헤미안'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남아 있었다. 
쿠르베와 같은 화가는 '안녕하세요, 쿠르베씨'
(사진·1854년)에서 노동자 셔츠에 배낭을 멘 차림으로 
오만하게 인사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그려 이런 인식을 
부추겼다. 오늘날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피카소는 유명인사가 되어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았고,
칸딘스키· 클레· 몬드리안의 지성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