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9. 29. 22:40
2002년 대선 때 ‘노풍(盧風)’은 연구 대상이었다. 오빠 부대 정도로 여겼던 팬덤이 ‘노사모’로 커지더니 정당을 흔들었다. 바닥에선 인터넷으로 무장한 하위 문화(sub culture)가 작동했다. 기성 문화에선 저급하다 여겨졌던 합성과 패러디가 놀이처럼 번졌다. 진원지는 1999년 카메라 사이트로 시작했던 ‘디시인사이드’였다. 정치인 얼굴을 이용한 각종 합성 사진을 퍼 날랐다. 좌파들은 기술 습득과 활용에서 우파를 압도했다.
▶2000년대 초반은 정치인 합성 사진 전성기였다. 홍준뽀(홍준표), 구시민(유시민), 서동영(정동영) 등이 여의도 패권을 두고 다툰다는 시리즈 패러디물까지 등장했다....▶유튜브 등장과 함께 패러디 소재도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옮겨졌고, 정치 패러디에서도 좌우가 균형을 이루게 됐다. 그래도 풍자는 항상 권력을 비판 대상으로 하고, 창작은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뉴진스 하니가 흘러간 일본 노래 ‘푸른 산호초’를 불러 화제를 불렀다. 한 유명 유투버는 이 노래를 김정은의 ‘돼니-붉은 산호초’로 합성했다. 코러스로 등장한 김여정·리춘희도 웃기지만, 일본 가사처럼 들려도 실제는 북핵을 풍자하는 한국어 가사가 압권이다.
▶2020년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북한 지도부가 추잡한 합성 사진 삐라에 분개했다”고 말했다. 일부 탈북자들이 성인물 사진에 리설주를 합성한 대북 전단을 보낸 걸 문제 삼았다. 수십만 구독자를 둔 MZ 유튜버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부지런히 김정은 패러디를 만들어 업로드 하고 있다. 이념·정치 다 떠나 그냥 기발하고 재미있다. 김정은이 휴전선 대북 확성기에 경기를 일으킨다는데, MZ들이 만든 패러디 동영상은 그보다 훨씬 위력이 큰 ‘사이버 확성기’다.
https://v.daum.net/v/20240929224027296
[만물상] 김정은 갖고 노는 MZ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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