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4. 10. 5. 00:14
지금 이 냇물은 서럽도록 아름다운 강이라 불리는 섬진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굽이굽이 사람들의 사연이 함께 흘러서 서럽도록 아름다운 것일까.
어여쁜 강변 마을이 많은 임실에서 아침 일찍 소를 앞세워 내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았다. 짐을 짊어지지 않은 몸 가벼운 소를 보니 마을 건너편 우시장에 소 팔러 가는 길인 모양이다. 앞장서서 소의 고삐를 잡은 아이는 송아지일 때부터 정성껏 꼴 베고 여물 먹여 키운 정 때문에 굳이 아버지를 따라나섰을 것이다. 다시 소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테니 오늘은 정든 소와 이별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여름 홍수에 섶다리가 떠내려가면 수확이 끝난 가을에 마을 사람들이 다리를 새로 놓는 수고를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했다. 물이 얕은 곳에는 징검다리가 있어서 사람은 징검다리로 건너지만 소는 물속을 철벅거리며 건너기도 했다....이제 섶다리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상일은 늘 강물처럼 앞으로 흘러갈 뿐이다.
https://v.daum.net/v/20241005001430753
[사진의 기억] 소 팔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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