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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기사보기 내조왕 '남편 주부'

바람아님 2015. 3. 2. 20:55

(출처-조선일보 2015.03.02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사진지난주 혁신도시에 있는 공기업에 특강을 다녀왔다. 

강의 후 워킹맘의 고충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한 여직원이 갑자기 살림하는 남편 이야기를 꺼냈다. 

워킹맘 이야기 도중에 남편 주부 이야기라니! 생뚱맞았지만 그녀는 당당했다. 

전업주부인 남편에 대한 감사와 믿음이 넘쳐났다.

"워킹맘도 힘들지만 남편 주부도 힘들어요. 지원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녀가 지적한 남편 주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력 부재였다. 

엄마들 모임에 아빠가 참여하기 어려우니 육아에 대한 정보력이 달린다는 것이다.

4년 전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려는데 여의치 않았단다. 

그녀의 직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육아가 당면 문제가 되니 남편이 전업주부를 선언했다. 

그녀는 월급을 송두리째 남편에게 준다. 남편은 가계부를 써가며 알뜰살뜰 살림을 한다. 

전통적인 성 역할이 자연스럽게 바뀐 셈이다. 

남편과 아이는 물론 이제는 시댁 어르신들까지도 '남편 주부'에 만족해한단다.

요리, 청소, 학습 지도까지 남편의 살림 솜씨가 대단하다며 자랑이 끝이 없다. 

"남편의 내조가 없었으면 제가 어떻게 편히 근무하겠어요? 남편이 집에 있어 정말 든든해요." 

어디서 많이 듣던 말들이다. 그녀는 한술 더 뜬다. 

"남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잘한다니까요."

칼럼 관련 일러스트
문득 '내가 그녀라면 살림하는 남편을 공개적으로 자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창피해서 숨겼을 것이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동의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여보! 안 돼요. 가장이 돈을 벌어야지, 살림은 무슨…" 하며 말렸을 거다. 아마도 대다수가 나와 비슷하리라.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유리천장처럼 살림하는 남편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두텁게 존재한다. 
주부 역할을 더 좋아하는 남편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이 얘기를 다 큰 우리 딸에게 했더니 무안을 준다. 
"그분이 엄마보다 훨씬 낫네. 엄마 여성가족부에 근무했던 사람 맞아?"


※ 3월 일사일언은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를 펴낸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비롯해 
가수 김현철, 강인욱 경희대 교수, 일러스트 작가 공혜진, 탤런트 박상원씨가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