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3.06 박상원 배우·서울예대 교수)
"안녕하십니까? 15학번 공연 학부 연기 전공 ○○○입니다!"
3월 신학기를 맞아 온 학교가 들썩들썩하다.
3월 신학기를 맞아 온 학교가 들썩들썩하다.
특히 내 방 옆에 학과 행정실이 있어 신입생들이 큰 소리로 인사하는 목소리가 쉴 틈 없이 들린다.
신입생들이 선배나 교수에게 큰 목소리로 외치며 인사를 하는 이 전통은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신입생 때의 유일한 권리이자 의무(?) 같기도 하다.
"나는 이 학교에 입학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자존심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미루어 짐작하건대 많은 신입생이 아마 세상을 다 가진 심정일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학교에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으니 어련할까.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을 보며
'또 어떤 친구들이 내 수업을 들을까' 하는 생각에 설레는 건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 개나리·진달래가 피었다 지고 벚꽃마저 질 무렵이면 캠퍼스에서 들려오던 신입생들의 목소리도 점점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개나리·진달래가 피었다 지고 벚꽃마저 질 무렵이면 캠퍼스에서 들려오던 신입생들의 목소리도 점점 사라진다.
그때쯤이면 신입생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현상이 있다. 대학 생활의 자유와 더불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찾아오는
안정감 속에 피어나는 무력감 또는 권태감이다. 잠시 방황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매년 어떤 신입생이든 예외 없이 감기처럼 찾아오는 그 무서운 병을 발견하면 그에게 말을 건넨다. 지난겨울 이 학교
나는 매년 어떤 신입생이든 예외 없이 감기처럼 찾아오는 그 무서운 병을 발견하면 그에게 말을 건넨다. 지난겨울 이 학교
홈페이지 속 입시 요강들을 보면서 각오를 다질 때의 절박함, 그리고 혼신의 열정과 간절한 바람으로 정말 열심히 마룻바닥을
땀으로 적실 때의 그때로 가 보라고. 입학 무렵의 설렘, 긴장감, 그리고 각오! 그때의 그 살아 있던 감정을 잊지 말라고!
무엇보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내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잘생긴 걸로 착각(?)하고, 그 비싼 학비를 마법처럼 뚝딱
만들어서 도와준 부모님들의 기대와 후원을 생각해 보라고.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라고.
이 봄 다행히도 신입생들의 목청 높인 인사를 통해 또 한 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혜를 배운다.
연구실 너머로 또 신입생들이 한껏 목청 높여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언젠가 권태감이 찾아오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극복할 일.
지금 신학기의 모든 풍경은 이 봄과 함께 찾아온 설렘이다. 2015년 이 봄 모든 신입생의 파이팅을 빌어본다.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서남북] '達觀(달관) 세대' 속에 스티브 잡스가 있다 (0) | 2015.03.08 |
---|---|
[김두규 교수 國運風水] 산수화에 두 물길이 합쳐지는 '水口' 그려넣으면氣運이 생동한다는데… (0) | 2015.03.08 |
[일사일언] 들숨·날숨의 예술 (0) | 2015.03.05 |
[김현주의 일상 톡톡] 더치페이, 남녀갈등 조장한다고? (0) | 2015.03.04 |
[일사일언] 모눈종이 위의 인생 (0) | 2015.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