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소달구지 타고 가족 나들이

바람아님 2015. 4. 10. 11:10
한국경제 2015-01-05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64.5×29.5㎝), 1954년작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64.5×29.5㎝), 1954년작


천재화가 이중섭 화백(1916~1956)은 6·25전쟁으로 부인과 아들 두 명을 데리고 1951년 서귀포로 피란한 뒤 1년 동안 머물며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의 티없는 모습,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 등을 화폭에 담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부산에 살면서 서귀포를 배경으로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화면에 되살려냈다.

‘길 떠나는 가족’은 1954년 황소를 모는 자신, 달구지에 타고 있는 부인과 두 아들의 나들이 장면을 경쾌한 필치로 그려낸 그의 대표작이다. 완벽한 구도와 뛰어난 색감이 가족 사랑의 깊이를 돋보이게 한다. 소와 가족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선 순수한 동심의 세계도 느껴진다.

이 화백은 부인과 두 아이를 일본에 보내고 난 뒤 이 작품의 밑그림을 먼저 그려 편지와 함께 가족에게 보냈다. 편지에는 ‘가족을 소달구지에 태우고 자신은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함께 가는 광경을 그렸다’고 쓰여 있다. 절절한 가족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출가 이윤택 씨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1991년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김경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