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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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출실적이 충격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의 수출부진은 이번 3월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해 왔다는 점이다. 재작년과 지난해 초 여러 번 수출이 증가하지 않는 정체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2014년 3분기부터는 세 분기 연속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드물고 심상치 않은 전조다. 분기별 수출이 세 분기 연속해 감소한 것은 1980년 이후 역대 다섯 번째로 긴 수출 감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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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충격은 수출감소율이다. 올 1월과 2월 수출증가율(국제수지기준)은 각각 -10.3%와 -15.4%로 발표되었다. 통관기준으로는 1, 2월 수출증가율이 각각 -0.9%와 -3.3%였으므로 국제수지기준 자료는 통관기준보다 10~12%포인트 정도 낮게 나타난다. 그걸 감안하면 3월 통관기준 수출증가율(-4.2%)이라면 국제수지기준으로는 -16% 내외가 될 것이고 1분기 전체로는 -14% 내외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제수지기준 수출증가율이 -14%를 넘나든다는 것은 지난 1980년 이후 가장 수출이 부진했던 외환위기 때(-18.7%) 다음으로 가장 큰 수출감소가 되는 셈이다.
세 번째 충격은 한국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산업 대부분에서 수출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올 1~3월 수출실적으로 보면 가전(-12.4%), 무선통신기기(-5.7%), 자동차(-10%), 정밀기계(-3.6%), 자동차부품(-3.2%), 철강(-3.5%)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부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주력산업의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보다 올해에 더 나빠지고 있다. 무선통신기기(7.2%→-5.7%), 가전(-0.3%→-12.4%), 자동차(0.6%→-9.9%), 정밀기계(12.1%→-3.6%), 자동차부품(2.1%→-3.2%), 철강(9.4%→-3.5%)이 그렇다.
네 번째 충격은 전체 무역의 20%에 불과한 미주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수출 감소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세안(-16.8%), 중국(-0.3%), 유럽(-9.4%), 그리고 중동(-5.3%) 수출이 부진하다. 지역별 수출도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나빠지고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안이하고 자만하는 당국의 시각이다.
첫째로 당국은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정부의 설명이다. “1, 2월에 이어 3월에도 유가하락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으나 수출물량과 수출기업 채산성 등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수출물량은 늘었는데 수출금액이 줄었다면 분명히 수출단가(채산성)는 나빠졌을 터인데 채산성이 개선되었다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둘째로 수출물량은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고도 했다. “석유화학·석유제품의 수출물량은 지속 증가했고 총수출물량도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양파나 배추가격이 폭락하여 밭을 엎어버린 농가를 두고 생산물량이 늘어났으니 긍정적이라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로 한국의 세계 수출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고 자화자찬했다. “2014년 4분기 기준 한국 수출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유로화 값이 크게 떨어져 유럽국가의 달러표시 수출규모가 낮아진 것을 생각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5~9위 수출국가들이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12월 아베 정부와 함께 나타난 엔화절하의 효과에 대해 약 2년 뒤인 2015년부터 한국의 수출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정부 당국은 진작 근본적인 수출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수출 유망품목 마케팅 강화’와 같은 낡아빠지고 틀에 박힌 ‘단기적 수출 촉진대책’으로는 턱도 없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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