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5-4-22
지금이야 사토리(달관) 세대가 대세지만 몇년 전만 해도 일본 젊은이들을 관통하는 용어는 초식남이거나 캥거루족이었다.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고 초식동물처럼 온순해지다가 결국은 강요당한 달관의 단계로까지 진화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는 장기불황 속에서 무한경쟁의 정글에 내동댕이쳐진 보통 젊은이들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이들이 집을 산다는 것은 사치다. 이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제로금리 시대인 요즘도 비싼 월세를 부담하더라도 좀처럼 빚내 집을 사지는 않는다.
집값은 때로 반짝하지만 장기 저성장으로 결국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꺼리는 이유는 고용 불안 탓이다. 종신고용이 사라진 뒤 고용유연화가 자리 잡은 일본에서는 직장인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역시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 집을 샀다 해고를 당하면 기다리는 것은 빚 지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30~40대가 요즘 주택매입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치솟는 전셋값에 넌더리가 난 데다 정부가 저금리를 강조하며 집을 사라고 권한 데 따른 것일 게다. 최경환 부총리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의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 집을 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꼭 그럴까. 요즘 30~40대의 일자리는 20대 못지않게 심각하다. 40대 취업자수는 3월에만 6만7000명이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주변에서 대기업이나 은행, 보험, 증권사 등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30~40대를 보는 것은 흔하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악소리도 못한 채 밀려난다. 재취업이 간절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빵집이나 통닭가게도 성공 가능성은 낮다. 만약 이들이 빚내 집 산 뒤 매월 적지 않은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라면 어떨까. 한순간에 암흑이 될 게 뻔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마저 해고를 쉽게 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려 한다. 노조라는 울타리마저 없는 기업 노동자들이 망망대해에 내던져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일자리 안정이 삶의 안정이라는 명제가 새삼 확인되는 시점이다.
<박용채 논설위원>
집값은 때로 반짝하지만 장기 저성장으로 결국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꺼리는 이유는 고용 불안 탓이다. 종신고용이 사라진 뒤 고용유연화가 자리 잡은 일본에서는 직장인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역시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 집을 샀다 해고를 당하면 기다리는 것은 빚 지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30~40대가 요즘 주택매입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치솟는 전셋값에 넌더리가 난 데다 정부가 저금리를 강조하며 집을 사라고 권한 데 따른 것일 게다. 최경환 부총리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의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 집을 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꼭 그럴까. 요즘 30~40대의 일자리는 20대 못지않게 심각하다. 40대 취업자수는 3월에만 6만7000명이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주변에서 대기업이나 은행, 보험, 증권사 등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30~40대를 보는 것은 흔하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악소리도 못한 채 밀려난다. 재취업이 간절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빵집이나 통닭가게도 성공 가능성은 낮다. 만약 이들이 빚내 집 산 뒤 매월 적지 않은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라면 어떨까. 한순간에 암흑이 될 게 뻔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마저 해고를 쉽게 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려 한다. 노조라는 울타리마저 없는 기업 노동자들이 망망대해에 내던져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일자리 안정이 삶의 안정이라는 명제가 새삼 확인되는 시점이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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