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귀천(歸天)을 찾아서......

바람아님 2013. 3. 16. 22:56

 

 

 

귀천(歸天)을 찾아서......

 

 

 

                                     다정했던 천 詩人과 목순옥 여사

 

 

    안개낀 날에는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햇빛이 밝게 빛나는 날에는 은빛 바다가 내려 보이는
    목포 화원 반도 "나포리 언덕"(우리들이 지은 이름)에서
    바다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보고
    친구는 가장 좋아하는 詩라며 歸天의 일부를 읊었지요

     

    "......(중략)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 더라고 말하리라."

     

    난 그 때 처음으로 歸天이라는 詩를 알게 되었고  詩의 매력에 빠졌지요
    歸天을 알고나서 千祥炳 詩人을 알게 되었었지만

    그러나 그때는 이미 千祥炳 詩人이 夭折한 後라
    千祥炳 詩人을 좋아하는 친구를 앞세워
    詩人의 부인 목순옥(睦順玉) 여사가 운영하는 카페 "歸天"을 찾을수가 있었지요

    모과차가 주메뉴인 아주 작고 아담한 카페로
    사방의 벽이 시인의 냄새를 물씬 풍겨 주었었지요

    그후 우리는 직장이 있는 목포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 왔고
    친구는 몇년전 고향 충주로 내려가는 바람에
    나도 그때 일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다른친구 혼사가 있어 충주 친구가 서울에 올라 왔다.
    혼사가 끝나고 다소 시간이 있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발길은 자연스레 인사동을 향했다.

    인사동은 그야 말로 초만원이다.
    십수년전 우리가 다닐때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젊은이 노인 그리고 외국인 까지 뒤섞여
    명품 고서화와 골동품거리에서 서울의 명물거리로 바뀐것 같다
    귀천도 예전에는 종로쪽 초입 언저리에 자리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들어간 골목길로 옮겨 갔다

     

    충주 친구를 위해 우선 인사동에서 유명한 쌈지길로 이곳 최근 지리를
    잘아는 단양이 안내하여 특이한 구조를 구경하고
    예의 귀천 골목을 찾아 들어 갔다
    골목어귀에 들어서자 저만치 앞에 歸天의 낮익은 간판이 보인다
    순간 친구의 얼굴이 환해지고 어린아이 처럼 기뻐 어쩔줄 몰라 했다.

    빨리 들어가려는 친구를 붙잡아 사진 한컷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크기는 예전과 똑 같다
    벽에 붙어 있는 詩人의 채취도 대표 메뉴로 내놓는 모과차도
    그때 그 歸天 그대로다.
    다만 우리를 반겨주는 사람은 목순옥 여사가 아니고 그조카가
    운영하고 있었다.
    목여사는 2010년 8월 향년 75세에 생을 마감 했단다.

     

    카페에는 천시인을 그리워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과 오래전
    천시인을 좋아하는 부모손을 잡고 찾았다 천시인을 알게된 젊은이들도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집을 찾아주고 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렇게 추억을 되짚어 보고
    충주로 내려 가야하는 친구를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 내내 한옥을 개조해 만든 한정식집들이
    아직도 옛날을 떠올리기에 충분 하였고 낙원상가 옆으로 지나는데
    그 많던 떡집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인사동 입구에서는 풍물패들의 신명나는 한판이 펼쳐져
    오랫만에 찾은 우리들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千祥炳 詩人을 아주 좋아하는 忠州 親舊는 오늘의 所懷를 이렇게 보내왔다.

     

     "오랫만에 친구들과의 동행은 소중하고 의미있는 하루였네

    우리들의 옛 정취가 묻어있는 서울거리를 거닐고

    인생을 음미할수있는 "歸天"에서 차를 마시고

    마음을 살찌우는 전시회도 보고

     

    짧지만 짧지 않은 행복한 시간이었네

    같이한 한호흡은 가슴깊숙히 박혀있는 삶의 오물을 확 씻어 버렸네

    잔바람에 일렁이는 호수의 잔 물결같은

    흥분된 마음으로 귀향버스에 올랐다네"  [2013년 3월16일]

 

 

붙여논 소원의 글 읽어보니 참 재미 있네<쌈지길>

 

빙글빙글 쌈지길 따라 내려오니 어느 구라파의 SOHO 거리를 걷는것 같다.

 

귀천을 찾아서....

 

歸天 간판이 저 앞에 보인다

 

골목길 들어서니 저안쪽에 귀천이 반긴다

 

잠깐잠깐 사진한장 찍자구

 

헤헤 이렇게 좋을수가

 

너 오늘 스타니까 나랑도 한장 찍자

 

얼씨구 절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