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5.19
12년간 증언 채록 전직 교사 장솽빙, 중국 첫 위안부 소재 영화 이끌어내
옛 일본군에 의한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현장에서 중국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져 곧 개봉된다. 위안부 피해가 극심했던 중국 산시(山西)성 위(盂)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다한(大寒)’ 제작발표회가 18일 현지에서 열렸다. 중국대륙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가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다한’의 탄생에는 한 전직 교사의 집념 어린 추적이 큰 역할을 했다. 위현의 전직 교사 장솽빙(張雙兵·62·사진)은 1992년부터 지금까지 산시성과 허베이(河北)성의 위안부 출신 여성 127명의 증언을 채록했다. 그들의 증언을 책으로 출판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장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은 역사 속에 묻힐 뻔했다.
“90년대 초반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위안부 출신이었어요. 중국에선 위안부란 말조차 생소할 때였어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피해 여성들을 찾아 나섰는데 처음엔 아무도 입을 열려 하지 않더군요. ”
그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중의 박해를 받았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해 과거사를 숨기고 살아야 했던 건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안부 여성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의 문화대혁명 시절 일본군에 끌려간 경험이 적군에 협력한 것으로 둔갑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 명 한 명 힘들게 옛일을 증언한 할머니들은 모두 곤궁한 생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생활까지 돌봐야 했다. 할머니들을 설득해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2007년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판결을 받았다. 어느덧 60대에 접어든 그는 최근 들어 부쩍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낀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남에 따라 그가 만난 127명 가운데 생존해 있는 사람은 11명 뿐이다.
“한국에서 매주 수요일 할머니들이 시위를 하는 등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 있는 동안 일본이 사죄와 배상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다한’은 장의 노력을 밑거름으로 뜻있는 사람들과 지방 정부가 힘을 모아 만들었다. ‘다한’은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만들었습니다”란 엔딩 자막과 함께 막을 내린다.
위현(산시성)=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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