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사설] 양화대교 교각 철거 폐기물 다리 밑에 몰래 묻었다니

바람아님 2015. 5. 22. 08:26

(출처-조선일보 2015.05.22)

서울시는 2010~2012년 양화대교 일부 교각(橋脚)과 교각받침대를 철거해 강 한가운데 교각 사이를 42m에서 

112m로 넓히는 공사를 했다. 수천t급 크루즈 유람선이 서해에서 경인아라뱃길을 거쳐 여의도·용산까지 들어올 수 있게 

하려는 사업이었다. 서울시 예산 501억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양화대교의 확장된 교각 사이 물속에 34t이나 되는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 폐기물이 버려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각 철거를 맡은 업체가 철근콘크리트 폐기물 등을 물속에 그냥 버린 것이다. 

이 바람에 14~16m는 돼야 할 수심(水深)이 어떤 곳은 4m에 불과한 상태였다. 

대형 크루즈선 운항은 보류됐지만 양화대교 교각 사이로는 최근까지도 관광객 수백 명을 태운 유람선이 하루 몇 차례씩 

왕래해 왔다. 경찰이 한강 투신자를 찾기 위해 물속을 수색하다 폐기물 더미를 발견했길래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양화대교 비리는 대한민국의 공사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압축(壓縮)해 보여줬다. 

시공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의 현장소장은 교각 철거를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 주고 3억원을 받아 챙겼다. 

하도급을 따낸 업체는 철거 작업을 다른 업체에 재(再)하도급 줬다. 

쓰레기를 물속에 버린 것은 재하도급 업체 소행이었다. 

감리업체는 무자격 업체가 하도급을 받았는데도 '계약이 적정하다'는 의견서를 서울시에 냈고, 

서울시 토목과 공무원은 따져보지도 않고 계약을 승인했다. 

경찰 수사로 입건된 공무원과 업자가 24명이나 된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 추구에만 눈이 먼 악덕 기업, 과적을 확인하지 않고 운항을 승인해준 해운조합, 

무리한 선박 증축을 눈감아준 감독 관청의 비리·무책임이 겹치면서 일어났다. 

양화대교 폐기물 비리를 보면 우리 사회의 어느 구석에서나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절망감을 갖게 된다.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