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만물상] 이승만 英文 일기

바람아님 2015. 5. 26. 10:37

(출처-조선일보 2015.05.26 김태익 논설위원)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영어는 수준이 높았다. 
그는 1941년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Japan Inside Out)'를 미국에서 출간했다. 
이 책의 서평을 쓴 이는 '대지(大地)'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였다. 
이승만은 책에서 군국주의 일본의 야심을 조목조목 진단하고 일본이 머지않아 미국도 공격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펄 벅은 '이 책은 무서운 책이다. 너무 큰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읽어봐야 한다'고 썼다. 
책 출간 넉 달 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했다.

▶이승만은 1904년 처음 미국에 건너가 조지워싱턴대·하버드대·프린스턴대를 거치며 5년 만에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땄다. 
탁월한 영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속성 졸업'이 어려웠을 것이다. 
여섯 살에 천자문을 떼고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이승만은 배재학당에 들어가 영어와 만났다. 
3년 뒤 아펜젤러 교장과 미국 공사 등 600여 귀빈이 모인 졸업식에서 '한국의 독립'이란 제목으로 영어 연설을 해 
박수를 받았다.


	[만물상] 이승만 英文 일기
▶이승만은 1904~1944년 미국·유럽·중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그때그때 일을 영문 일기로 남겨놓았다. 
지금껏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던 이 일기를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이 3년 동안 완역, 곧 출간한다고 한다. 
'1904년 12월 6일. 오후 3시 샌프란시스코 하선(下船). 더블베드가 있는 방은 1박 50센트. 식사는 제일 싼 것이 10센트.' 
그가 맨 처음 미국 본토를 밟은 날의 일기다.

▶일기는 이런저런 수식어나 개인적 감정을 드러냄 없이 그날그날 일어난 일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래도 객지에서 풍찬노숙하던 독립운동가의 고단한 일상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덴버에서 자동차를 수리하느라 경비를 많이 써 휘발유 값도 없다. 덴버를 떠난 뒤로 하루 종일 굶었다. 
나이 든 여인숙 주인과 방값을 놓고 흥정을 벌였다.'(1933년 9월 12일)

▶일기에는 임병직·양유찬 등 이승만의 미국 체류 시절 그를 도왔던 한국 젊은이들이 나온다. 
이들은 나중에 대한민국 외교의 기초를 만들었다. 
이승만이 만났던 외국의 정치 지도자도 많이 등장한다. 
이승만이 이들을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파헤쳐보면 이승만의 해외 인맥에 대한 연구가 깊어질 것이다. 
이승만은 동서양을 아우른 지식과 경륜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세우고 안보의 기틀을 다졌다. 
건국 대통령의 생각과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기념관이나 전집(全集) 하나 가지려 해도 국회 예산 심의에서 잘려버리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