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26 박상미 번역가, 갤러리 토마스 파크 대표)
며칠 전엔 유튜브에서 다른 것을 찾다가 계획에 없던 충동 시청을 했다.
사과를 사러 갔다가 딸기가 탐이 나서 엉뚱하게 딸기를 사오듯이.
어쩌면 저렇게 똑똑하게 말을 잘할까.
훌륭한 내용을 완벽한 문장으로 말해내는 강연자를 보면 그리 신기할 수가 없다.
카메라가 줌인해서 잡아주는 강연자의 입을 보며 감탄하다가
다시 카메라가 움직인 곳에 내 눈을 머물게 하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들….
에즈라 파운드는 '지하철 정거장에서'라는 시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꽃잎'에 비유한 적이 있다.
에즈라 파운드는 '지하철 정거장에서'라는 시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꽃잎'에 비유한 적이 있다.
나는 뉴욕 지하철에 앉아 그의 시구를 떠올리며 사람들의 얼굴들을 바라보곤 했었다.
각종 색깔의 얼굴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식이나 위선 없이 잠시 앉아 쉬고 있는,
그 멀리서 온 얼굴들을 나는 그 꽃잎이란 표현만큼이나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동영상 속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차츰 놀라게 된다.
아, 저 얼굴들은 뭐지? 왜 이리 아름답지?
예쁘게 생겨서 아름다운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집중할 때, 새로운 걸 느낄 때의 얼굴은 저렇게 아름다운가?
갤러리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된다.
갤러리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림을 보던 한 회사원이 가격을 묻는다.
그 눈빛에는 집중된 열망과 함께 조심스러움이
서려 있다.
그림의 가격을 듣고 나면 미묘한 실망의 기색이
얼굴을 스친다.
그림은 한 켤레의 구두와는 달라서 순간의
구매 충동을 누르면 쉽게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욕망하는 순간의 얼굴은 새 구두를 원할 때의 그것과는 왠지 종류가 다른 듯하다.
마치 강의를 들으며 집중하는 사람처럼, 고대 국가의 신비로운 이름을 가진 왕들의 얘기에 몰입하는 사람처럼,
멀리 있는 것을 열망하는 얼굴이다.
어쩌면 내가 왜 저 그림을 원하는지, 자신에 대한 아주 사적인 생각이 스쳐가는지도 모른다.
역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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