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科學과 未來,環境

[만물상] 재난 로봇

바람아님 2015. 6. 11. 08:23

 

(출처-조선일보  2015.06.09김광일 논설위원)

4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 로봇이 투입됐다. 
도쿄 공대가 만든 뱀 모양 로봇이 무너진 건물더미를 헤집고 생존자를 뒤졌다. 
지바·도호쿠 두 대학이 함께 만든 재난 로봇 '쿠인스'는 건물 내부를 찍은 영상 데이터를 
보내왔다. 그러나 결함도 드러났고 조종 인력도 모자랐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고농도 오염수가 12만t이나 고여 있었다. 
건물 잔해 방사능도 너무 셌다. 목숨을 건 도쿄전력 직원조차 접근할 수 없었다. 
모두 최첨단 '극한 작업 로봇'을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었다. 

▶'로봇 강국' 일본이 자존심을 접고 미국 국방부에 도움을 청했다. 
주로 전투용으로 개발한 미국 로봇이 일본에 급파됐다. 
'티호크' '팩봇' 같은 로봇은 건물 잔해와 계단을 옮겨 다니며 원전 내부를 촬영했다. 
방사선과 화학물질 유출량도 쟀다. 방호 문과 밸브를 여닫을 수 있다고도 했다. 
'워리어' '드래곤 러너'는 원전 안에 들어갔다. 성과는 별로였다. 
어른 키로 설계된 원전 내부에서 사람 무릎 높이인 군사 로봇은 큰 쓸모가 없었다. 


	[만물상] 재난 로봇
▶그러자 미 국방부 밑에 있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후쿠시마 참사 
이듬해인 2012년 '로봇공학 챌린지'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우선 '매우 위험한 재난 상황'을 가정했다. 
'인간이 원격조종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 크기 지상(地上) 로봇'을 겨뤄보자고 했다. 
전체 상금으로 350만달러를 내건 '재난 로봇 월드컵' 대회다. 
가상공간 대회와 실물(實物) 예선을 거쳐 지난 주말 결선까지 33개월에 걸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우승은 우리 KAIST가 만든 인간형 로봇 '휴보'가 차지했다. 
휴보는 처음 성적이 중상위권이었다가 마지막 날 감격스러운 역전승을 거뒀다. 
플로리다 결선 장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본떠 만들었다. 
출전 로봇도 사람 키 높이에 두 발로 움직였다. 
'휴보'는 차량을 운전하고, 방호 문과 밸브도 잠갔으며, 
벽에 구멍을 뚫고 콘센트도 꽂았다. 두 발을 움직여 거뜬히 계단도 올라갔다. 

▶'휴보'는 "주변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산업 로봇과 인공지능 로봇에 뒤져 있는 한국이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낭보를 알린 
셈이다. DARPA는 소련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자극받아 미국이 1958년 만든 기구다. 
'미국을 놀라게 하는 기술이 미국 몰래 개발되는 것을 막는다'고 정관에 써 있다. 
DARPA는 이런 프로젝트를 쉰아홉 개나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가 밀고 있는 '국민 안전 로봇 프로젝트'가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하다.


관련글 - 한국 최초 인간형 로봇 '휴보', 세계 재난로봇 대회서 우승

 


‘국민안전 로봇 프로젝트’

 

산업통상자원부 2015.04.17.

재난대응에 나선 로봇,

‘국민안전 로봇 프로젝트’



 

 

[ 국제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출처 : DRC 홈페이지) ]


국제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DRC)를 알고 계신가요? 재난대응 관련 로봇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자 시작된 이 대회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봇 경진대회입니다.  

오는 6월 최종 결선을 앞둔 이 대회에 국내 3개 팀(KAIST, 서울대, 로보티즈社)의 명단이 포함되어 화제입니다. 각종 재난에 대한 안전 이슈가 화두인 요즘, 재난에 대응할 우리의 기술이 이만큼 향상되었다는 건 반가운 일인데요.

재난대응 로봇 기술의 현재와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여러분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 국제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출처 : DRC 홈페이지) ]



한국의 재난대응 로봇 기술


국제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의 최종 결선에 오른 팀은 앞서 언급한 국내 3개 팀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25개 팀입니다. 이들은 9가지 과제(자동차 운전, 험지 돌파, 문 열고 통과하기, 장애물 제거, 벽 뚫기, 밸브 잠그기, 계단 오르기, 콘센트 꽂기, 당일 공개 미션 등)를 수행하며 어떤 로봇이 최고의 재난대응 로봇인지를 겨루게 됩니다.


 

 

[ 로보티즈의 똘망(좌), KAIST의 휴보(우) ]


국내 참가팀은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로봇 또는 프로그램으로 대회에 참가합니다. KAIST는 2004년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재난구조에 맞게 개조한 ‘DRC휴보Ⅱ’를 사용하고, 로보티즈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을 사용하게 됩니다. 서울대는 자체 제어프로그램으로 ‘똘망’을 조종해 경기를 펼칠 예정이지요.


 

 

[ 국제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출처 : DRC 홈페이지) ]


흥미로운 건 외국 팀들이 사용할 로봇입니다. 외국팀 중 5개 팀은 자국의 기술로 만든 로봇 대신 한국산 똘망이나 휴보를 기본 하드웨어로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이 그만큼 훌륭하다는 의미겠지요. 

전체 참가팀 중 미국산 로봇을 쓰는 팀은 10개 팀, 한국산 로봇은 8개 팀, 일본산 로봇은 5개 팀입니다. 팀 대결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 바라보면 마치 한·미·일 3국이 대결을 펼치는 형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KAIST와 서울대, 그리고 로보티즈가 더욱 자랑스러워지는 이유랍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민안전 로봇 프로젝트’


재난대응 로봇 개발에 힘쓰고 있는 곳은 KAIST, 서울대, 로보티즈 뿐만이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난대응 로봇 개발 및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준비를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바로 ‘제조업 혁신 3.0’과 ‘안전산업 활성화 방안’ 일환으로 추진하는 '국민안전 로봇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받아 수행이 확정되면 짙은 연기 속에서 작동하는 센서, 험지 구동용 크롤러(crawler) 시스템 등이 개발될 예정입니다. 이는 화재나 폭발, 붕괴 등의 복합재난과 원전 사고시 피해자 확인 및 구조 같은 초동대처가 가능한 로봇의 개발로 이어집니다.


로봇의 개발에는 다양한 입장이 골고루 포함될 예정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국민안전처,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향후 소방관과 원전 근무자 등 수요자들의 요구를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로봇은 오는 2021년 기술 개발 및 현장 검증, 2022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합니다. 


 

 


선진 기술국과 협력 기반도 마련되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미국 국방부와 재난대응로봇 분야 협력 약정을 맺었습니다. 양국은 하반기 워크숍을 개최해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이르면 내년 공동 R&D에 착수합니다.


 

 


2013년 372조원이었던 세계 재난안전 시장의 규모는 2022년 612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시장 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개발(R&D) 및 다양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 관련 기술 확보 및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앞장설 것입니다.


재난대응 로봇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