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그림으로 보는 자연] '쏙' 솟아오른 죽순, 열흘이면 대나무로 다 자라나

바람아님 2015. 7. 2. 22:23

(출처-조선일보 2015.06.18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5~6월에는 죽순이 제철이야. 죽순이란 대나무 땅속 줄기에서 돋아나는 연한 새순을 말해. 

죽순은 대나무의 '죽(竹)' 자와 대나무의 싹을 뜻하는 '순(筍)' 자가 합쳐진 말인데, 

한자 순(筍)에는 열흘을 뜻하는 '순(旬)'이 들어 있어. 음력으로 한 달 날짜를 열흘씩 묶어 

1~10일까진 초순, 11~20일까진 중순, 21~30일까진 하순이라고 해. 

죽순은 땅 위로 쏙 솟아올라 온 뒤 열흘이면 대나무로 다 자란다고, 이름에 '열흘 순'이 쓰였어. 

대나무는 키도 큰데, 열흘 만에 다 자라는 거라니 정말 놀랍지!

대나무
▲ /그림=손경희(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나무')

죽순은 밥에 넣어 먹고, 채 썰어 나물로도 해 먹어. 

탕에 넣어 끓여 먹고, 꿀이나 설탕에 졸여 정과를 만들어 먹기도 해. 껍질째 삶아서 먹어도 별미야. 

예부터 고급 요리에 쓰인 죽순도 인기가 많지만, 이것저것 만들 수 있는 대나무야말로 볼수록 

신통방통해. 가늘게 쪼개고 엮어 바구니, 돗자리, 죽부인 등 수많은 생활용품으로 만들 뿐 아니라 

대금과 퉁소 같은 악기로도 활용돼.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죽마(竹馬)로도 갖고 놀지. 

대나무로 만들어 쓰는 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야.

대나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옛사람들이 대나무를 얼마나 

신령한 식물로 여겼는지 아는 요즘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거야. 대나무는 아주 오래된 중국의 

전설에서부터 등장해.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새, 봉황이 대나무 씨앗을 물고 내려왔다고 

전해지거든. 대나무는 신비로운 식물로 여길 만큼 특별한 점이 많아. 

대나무
▲ /그림=손경희(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나무')

우선 사계절 내내 푸릇푸릇해. 

소나무를 푸르다고 하지만 사실 잎이 푸른 것인 데 비해, 대나무는 줄기까지 푸르러. 

겨울에도 푸릇푸릇 생명력이 넘쳐 보이지. 

또 대나무는 순이 땅 위로 솟아오르면 그때부턴 무서운 속도로 자라. 

하루에 1m 넘게 자라기도 하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아. 

더 신기한 건, 처음부터 자라는 길이가 정해져 있다는 거야. 

죽순을 세로로 자르면 마디가 많이 보여. 이 마디 수는 다 자란 대나무의 마디 수와 같아. 

그러니 대나무가 자랄 분량이 이미 이 싹 안에 다 정해져 있는 거지. 

대나무는 딱 클 만큼 크고 나서는 해가 가도 키가 안 크고 줄기도 안 굵어져. 

줄곧 단단해지기만 하지. 또 하늘로 곧고 반득하게 쭉 자라. 

대숲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시원해지기도 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이 속이 텅 비어 있고, 마디마디가 두드러져서 그걸 이용해 멋진 조각품을 

만들기도 해. 우리나라에는 대나무가 14종뿐이지만, 전세계에는 500여 종이나 될 만큼 종류도 

다양해. 또 대나무는 평생에 단 한번 꽃을 피운다고 해요. 

대숲은 거의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같이 살고 같이 죽어.

마지막으로 폭죽에 왜 '죽(竹)' 자를 사용하는지 이야기해 줄게. 

옛날엔 정초에 문밖에서 대나무를 태우는 풍습이 있었어.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어서 불에 탈 때 탁탁 요란한 소리가 나. 

귀신이 이 소리에 놀라 달아났다는 전설이 있어.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라졌지만, 중국에선 지금도 폭죽을 사용해 이 소리를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