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기획]日, 과거사 갈등 '골칫거리' 한국에 '건너뛰기' 외교 시도하나

바람아님 2015. 8. 8. 11:07

국민일보 2015-8-7

 

일본이 외교 무대에서 한국을 ‘건너뛰는’ 듯한 모습이 최근 잇달아 감지되고 있다.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도, 최근엔 중국과도 관계 개선에 나서 격한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 전략 틀에 기초한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은 한국을 ‘종속 변수’로 축소하는 모양새다.

그 ‘바로미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민간 자문기구인 ‘21세기 구상 간담회’가 지난 6일 발표한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아베 담화) 보고서다. 오는 14일 발표될 예정인 아베 담화의 밑바탕이 되는 문서로, 실제 담화 또한 이 보고서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일본이) 만주사변 이후 대륙 침략을 확대했다”고 인정한 반면, 한반도 식민 지배에 대해서는 “1930년대 후반부터 가혹해졌다”고만 했을 뿐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자체에 대해서는 가치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실제 담화에서 침략에 대한 반성은 표명하되, 식민지 지배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보고서 내용은 한국 입장에선 ‘퇴행’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 ‘간 담화’ 등 과거 일본 총리 담화에서 한반도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 입장이 빠짐없이 담겼기 때문이다. 구 일본 제국 시절 ‘침략’의 대상은 중국이었던 반면 ‘식민 지배’의 대상은 한국이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한국을 제쳐놓고 중국을 더 배려했다는 평가 또한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한·일 관계가 최상이던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할 때와 정반대다. 당시 선언문에는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표현이 포함돼 한반도 식민 지배를 사죄하는 일본 정부 최초의 공식 입장 표명으로 평가됐다. 직후 중국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방일 시 ‘한·일 공동선언’과 동일한 수위의 표현을 일본에 요구했으나 “한국과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아세안안보포럼(ARF)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아베 담화에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담아달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당부에 “전쟁 반성 및 평화국가로의 길을 강조할 것으로 본다”고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 기시다 외무상이 미·중과의 양자협의에서는 30여분간 대화를 나눈 반면, 한·일 회동은 18분간 짧게 이뤄진 것도 껄끄러운 한·일 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일은 지난 6월 수교 50주년을 맞아 각국 대사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하는 등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맞았었다. 직후 일본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 문제를 놓고 격한 외교전을 벌이면서 추가 개선의 모멘텀을 적잖이 상실한 상태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