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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성관계 경쟁..아이비리그 고등학교의 추악한 전통?

바람아님 2015. 8. 20. 09:50

 SBS 2015-8-19

 

하버드대에 합격하고 장관을 꿈꾸던 미 명문고교생이 15살 고교 후배를 성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가해 남학생 라브리에는 고교 졸업전 후배 여학생과 성관계를 갖는 것이 학교의 전통인 'Senior Salute' 이른바 '선배 예식'이고 남학생들은 누가 더 많이 성관계에 성공했는지 경쟁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학교 세탁기 뒤에 점수판까지 만들어 성관계 횟수를 기록했으며 이후 인터넷 관련 사이트에 게시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을 주는 이유는 사건이 일어난 고등학교가 미국내 명문학교란 점 때문입니다. 세인트 폴 고교는 미 북동부 뉴햄프셔주 콩코드에 있는 159년 전통의 사립기숙하교 이른바 보딩스쿨입니다. 아이비리그 고교로 불리는 미국 8개 명문학교연합(ESA)의 하나로 케리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다수의 연방의원과 대사 13명, 노벨상, 퓰리처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학비가 6천만 원이 넘습니다. 재학생의 17%는 25개국 가에서 온 학생으로 현재 530명이 재학중이며 여학생이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은 지난 1971년부터입니다.


 

라브리에는 지난 해 5월 졸업을 이틀 앞두고 15살이던 1학년 여학생을 옥상 기계실에서 성폭행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경찰조사에서 라브리에는 학교안에 공공연히 퍼져있는 'Senior Salute'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이 경쟁에서 1등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브리에는 처음 피해 1학년 여학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교의 전통을 설명했는데 그녀가 거부하자 그녀의 동료 남학생까지 동원했습니다. 결국 피해 여학생은 라브리에를 만났는데 이후 둘의 진술을 엇갈립니다. 라브리에는 여학생이 성관계를 원했지만 본인이 신의 영감을 받아 마지막 순간 자제했다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반면 피해 여학생은 선배 예식이 키스를 하는 정도로 생각해 라브리에를 만났고 키스는 했지만 그가 자신을 성폭행하려해 몇 차례 저항했으나 그를 막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 여학생을 검사한 병원기록 등 성폭행 추정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또 라브리에가 그의 동료 남학생들에게 자신이 그녀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자랑했고 자신이 한 일은 범죄가 아닌데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 것은 그 여학생이 너무 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여학생뿐 아니라 라브리에는 최소 1명 이상의 여학생에게 선배 예식 관련 이메일을 보냈고 이런 이메일을 받은 한 여학생의 어머니가 수사당국에 이 이메일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라브리에가 졸업반일때 사용한 이메일과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더 있는지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뒤 현지 언론들이 선배예식에 대해 학교측에 문의를 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 세탁기 뒤에 만든 '점수판'을 실제로 없앴는지 그런 전통을 알고 있었는지 묵묵부답입니다.

현지시간 화요일부터 라브리에에 대한 재판은 시작됐습니다. 보석금 1만 5천달러를 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시작됐는데 이혼한 부모도 법정에 나와 첫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미국내 여성단체들은 배심원이 남성 11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앞서 언급한대로 라브리에측 변호인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검찰은 성폭행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선배 예식이 실제로 만연한 전통인지 일부 남학생들의 추악한 관습인지를 밝히는 것은 주된 관심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학교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추악한 관행에 대해 어떤 증언을 할 지, 미국 언론들은 라브리에의 성폭행 여부보다 세인트 폴 고교의 추악한 관행이 과연 사실인 지 또 추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더 드러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과연 명문고교의 추악한 진실이 이번 재판에서 밝혀질 지, 혹 재학생이나 졸업생의 추가 폭로가 있을 지 아니면 이번 사건이 일부 비뚤어진 학생들의 일탈로 매듭지어질 지 재판이 시작됐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김우식 기자kwsik@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