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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연일 폭락’ 다급한 中, 금리-지급준비율 동시인하

바람아님 2015. 8. 26. 08:53

동아일보 2015-08-26

 

3000선 무너지자 또 극약처방

‘중국발 쇼크’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면서 25일에도 중국(―7.63%) 일본(―3.96%) 등 아시아 증시는 급락세를 이어갔다. 한국 증시는 북핵 리스크 해소의 영향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날 일본 증시가 널뛰기를 하자 도쿄의 한 투자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시황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올 6월 주식시장 붕괴로 촉발돼 석 달째에 접어든 ‘중국발(發) 쇼크’가 세계 경제 곳곳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면서 강도 높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 증시는 전날 대폭락(―8.49%)에 이어 25일에도 7.63% 급락하며 2,964.97로 마감해 3,000 선마저 붕괴됐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중국 런민은행은 25일 저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각각 기습 인하했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1월 이후 5번째다.


○ 위기 타개 위해 또다시 깜짝 부양 카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에서 비롯된 글로벌 증시의 연쇄 폭락을 ‘대학살(carnage)’이라고 표현하면서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약 2주간 세계 증시에서 8조 달러(약 9600조 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나타내는 중국 증시의 모습에 전문가들은 “올 게 왔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억지로 밀어 올린 증시가 실질적인 경제성장이라는 과실(果實)로 이어지지 않자 이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400 선에 머물던 중국 증시는 이때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올 6월 12일 5,178까지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그 후에는 올라간 것보다 갑절은 빠른 속도의 하락세로 두 달여 만에 3,000 선까지 미끄러졌다.

중국 금융시장은 이 과정에서 전형적인 ‘버블 형성과 붕괴(Boom and Bust)’의 패턴을 보였다. 자산가들뿐 아니라 아줌마 부대와 10대 학생들까지 주식을 사는 광풍이 불었고 이들이 빚을 내 투자하면서 신용 잔액도 부풀었다. 하지만 경제 본연의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 엔진은 갈수록 식어만 갔다. 중국 정부가 7% 성장을 자신하고 있지만 정작 외부 전문가들은 이 중 2∼3%포인트가 부풀려진 수치라고 의심할 만큼 당국 통계에 대한 불신이 쌓인 것도 증시 불안의 촉매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금융시장은 펀더멘털과 괴리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예측 자체가 어렵다”며 “증시가 더 떨어진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25일 저녁 중국 정부가 단행한 극약 처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기준금리와 지준율의 동시 인하로 이날 유럽 증시와 국제유가는 장중 급등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런 ‘부양 카드’는 단기 호재에 그칠 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없애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깜짝 대책’을 자꾸 내놓는 것 자체가 “중국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로 읽힐 수도 있다.


○ 세계 경제 위기감 여전, 한국은 ‘차별화’ 기대

지난 10∼20년간 중국의 성장세가 반(半)영구적일 것으로 믿었던 세계 각국은 최근 사태에 따른 실망과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 부국과 일부 신흥국은 통화가치 급락으로 환란을 걱정해야 할 처지고, 유럽과 일본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연기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통화 가치가 동반 급등세를 보이면서 경기 침체의 그늘이 더 짙어지는 양상이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중국팀장은 “시장이 과잉 반응하는 측면은 있지만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악영향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도 중국발 쇼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코스피는 25일 소폭 반등세(0.92%)로 돌아서며 선방했지만 전날 7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이 이날도 5300억 원가량을 팔아 치우며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을 이어 갔다. 14거래일 연속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은 3조1000억 원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1,800 선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국내 증시에 ‘패닉’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신흥국과 견줬을 때 한국 금융시장의 차별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며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이날 중국 증시 폭락의 와중에도 원화 가치는 소폭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는 5% 이상 폭등했다.

정부 당국과 한국은행은 이날도 긴급 회의를 열고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에 “위기에 대비해 외화를 미리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유재동/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