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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금융시장 뒤흔드는 중국 증시 급락

바람아님 2015. 8. 25. 10:28

[중앙일보] 입력 2015.08.25

 

중국 증시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어제 상하이종합지수가 8.5% 떨어지며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연중 최저로 내려앉았다. 이 여파로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5%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주말 북한의 도발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도 또다시 2% 이상 떨어졌다. 21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 역시 중국 증시 우려에 급락세로 마감했다. 당초 9월로 예정됐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증시 불안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변수가 된 것이다.

 특히 상하이종합지수 3500선이 깨진 건 상징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와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 같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부양을 시작했던 지수이기 때문이다. 일요일이던 지난 23일에도 중국 국무원은 연기금이 총자산의 최대 30%까지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함으로써 증시를 안정시키려 했다. 그럼에도 어제 3500선이 깨진 건 중국 정부와 시장의 맞대결에서 중국 정부가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능력에 대한 중국 및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크게 깎인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성과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실물은 물론 금융까지 무난하게 관리할 수 있으리란 낙관론이 시장의 대세를 이뤄왔다. 이번 증시 급락으로 비관론이 힘을 얻고, 증시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신뢰 하락이 그림자금융과 불투명한 통계 등 중국 경제에 대한 뿌리 깊은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도 될 수 있다.

 불안이 금융시장에 그치지 않고 실물로 전이될 위험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서구의 경제 분석가들은 그동안 중국 가계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크지 않아 주가가 떨어져도 소비가 주는 ‘역(逆) 부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주가 하락과 채권 금리 상승으로 기업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고 투자가 감소하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중국 경제는 도매물가가 40개월째 하락하는 등 디플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번 돈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늘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이미 일본의 두 배다. 성장 동력인 가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파장이 전 세계로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는 원자재 가격 약세로 신음해온 신흥국들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물론 중국 증시 불안이 당장 글로벌 위기로 번지리라 단정하긴 이르다. 중국 경제가 수출에서 내수로 체질을 바꾸고, 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나 ‘개방통’을 겪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실물 양면에서 어느 나라보다 중국발 위기에 취약한 한국은 만일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나갔다. 대중 무역흑자가 552억 달러로 전체 무역흑자(471억 달러)보다 많았다. 이번 위기가 무난히 지나간다 해도 ‘중국 특수’보다는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과 정부의 빈틈 없는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