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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차이나 쇼크'

바람아님 2015. 8. 22. 09:21

 조선비즈 2015-8-22

 

글로벌 증시는 21일에도 동반 급락세를 이어갔다. 전날 미국 증시(-2.1%)에 이어 중국(-4.3%), 일본·대만(-3%)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북한 도발 악재(惡材)까지 겹쳐 2% 하락하며 2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패닉에 빠진 코스닥은 4.5% 급락했다.

 

글로벌 증시 동반 추락의 시발점은 지난 11일 중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였다.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절하 조치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이 세계경제의 수요 위축이라는 고질병과 연관돼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앓고 있는 중병이 급기야 세계경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에까지 전염된 것이다. 중국은 건설투자와 내수 활성화 정책을 밀어붙여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6년 넘게 이어져 온 이 같은 정책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늘렸고, 중복·과잉투자를 유발해 경제 전체에 거품이 잔뜩 끼도록 만들었다. 과잉투자와 글로벌 수요 부족에 따른 중국 경제의 감속이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5월 허난성을 시찰하면서 "중국 경제가 뉴노멀(新常態)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 수준의 경제성장률 유지와 경제구조 개혁을 약속했다. 선진국들이 겪은 뉴노멀은 '저성장, 저금리, 저소비'지만 중국은 다르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1년 3개월 만에 밑천을 드러낸 중국판 뉴노멀 역시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 속도 예상보다 빨라

중국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8%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 예상이 맞다면 25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올 들어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은 과잉투자와 부동산 거품으로 소비와 생산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1로 집계돼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의 기준선은 50인데, 이날 발표된 지수는 중국의 제조업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개발에 올인한 것도 큰 후유증을 낳고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빚 탓에 추가로 물어야 할 이자 비용이 156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확대하는 등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약발이 잘 듣지 않고 있다. 위안화 절하는 중국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였지만 되레 중국에 대한 시장의 불안만 키우는 꼴이 됐다.

 

중국 경제의 감속은 세계경제에 원자재 가격 하락, 글로벌 성장률 하락이라는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중국에 대한 남아프리카의 수출은 32%, 브라질 12%, 호주 11% 감소했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원자재 시장도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 충격을 세계경제가 흡수하려면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들의 경제라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곳을 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장 상황이 나은 미국조차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고민에 빠져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수요 부족 탓에 올 들어 0%대와 마이너스를 오가고 있다. 잠시 활기를 찾았던 일본 경제는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0.4%)로 주춤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 경제가 고개를 들자마자 다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산업 생산이 약해지고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 실적(전 분기 대비 4.4% 감소)도 부진한데, 가계 소비마저 활기가 없다"고 평했다. 유럽은 아예 저성장에서 헤어나올 조짐조차 안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다.

 

◇세계경제 성장률 속속 하향 조정

주요 선진국 경제가 맥을 못 추는 데다 중국마저 성장 동력이 떨어지자 경제 연구 기관들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내렸다. 무디스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2%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고 개방된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이에 따라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 최근 코스닥이 세계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원화 값이 1200원선까지 밀리는 것은 신흥국 자금 유출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26%에 달하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위안화 절하 영향 모의실험'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절하되면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노멀(New normal)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저성장에 빠진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이전에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소비확대와 중국 등 신흥국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고성장을 구가했었다. 뉴노멀은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