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한스 발둥의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

바람아님 2015. 9. 7. 01:46

한국경제 2015-06-15

 



(48×32.5cm) 1510년 작

 

죽음을 의식하고 그것을 문화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인류는 특이한 생물이다. 죽음은 잘났건 못났건, 잘살건 못살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말 ‘모두 죽음 앞에 평등한가’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젓게 된다.

화가들은 죽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를 이끈 독일 화가 한스 발둥(1484~1545)은 죽음을 묘사할 때 주로 음산한 분위기와 해골을 소재로 활용했다. 1510년에 그린 이 그림은 한 인간이 늙어가는 모습을 세 시기로 나눠 죽음을 잡아냈다.

화면에는 젊은 시절의 화려함과 죽음의 불안감이 어지럽게 공존한다.

삭막한 들녘과 스산한 하늘은 암울한 분위기를 더한다. 모래시계를 든 해골이 늙은 여인과 팔짱을 낀 모습이 자못 이채롭다. 죽음을 제대로 바라봄으로써 삶의 어떤 순간도 낭비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림이다.

김경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