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9.09
“한국인들이 일본놈, 일본놈 하는데 정부와 일반 국민은 분리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필요한 노력이다.”
바른말 하기로 소문난 다니엘 린데만(29ㆍ독일)이 한국인의 반일감정에 관해 조심스러운 충고를 건넸다. 린데만은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과 일본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우선 일본은 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고 있는데, 이를 일본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에서의 역할을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린데만은 알베르토 몬디(31ㆍ이탈리아), 카를로스 고리토(29ㆍ브라질)과 함께 중앙일보 오피니언방송 ‘비정상칼럼쇼’ 16회에 출연했다. 광복절 즈음 녹화된 이 방송에선 한일 관계와 독일ㆍ이탈리아 등의 역사 등에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눴다.
린데만은 독일의 과거 청산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한국도 해방이 됐지만, 정부와 경제를 이끌 사람이 없으니 일제 시대의 사람을 쓸 수밖에 없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독일은 아직까지 나치에 복무한 사람을 쫓고 있다. 얼마 전 93세 노인이 유대인의 죽음에 책임을 물어 체포한 사건이 있었다”며 역사의 교훈을 새기는 독일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몬디는 본지에 기고한 칼럼[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해방ㆍ광복을 맞아 잊으면 안 될 것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친일 청산과 유사한 경험을 했던 이탈리아의 속사정을 이야기했다.
몬디는 이탈리아에서도 여전히 과거 청산을 두고 좌ㆍ우파 갈등이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적 토론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도 파시스트 정권 시절 성공했던 기업인도 있고, 당시 대기업이 남아 있다”고 했다. “아직도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레지스탕스 운동과 관련해 정당들끼리 입장이 달라 끊임없이 토론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할아버지의 말을 빌어 지혜로운 해결책도 제시했다. 몬디는 “이탈리아도 제 2차세계대전 무렵 모든 사람이 파시스트이자 나치였다”며 “당시 이탈리아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은 공산주의자였는데 이 때문에 좌파 정당들이 여전히 이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좌파ㆍ우파처럼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웠다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고리토는 브라질에서 유명한 광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고 가족들의 사랑을 받았고 몸가짐도 바른 사람…알고보니 히틀러였다는 반전을 담은 광고였다. 고리토는 “이 광고가 담고 있는 건 모두 히틀러에 관한 사실이다. 사실만을 말해도 사람들을 틀린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밝히지 않는 사실까지 모두 담아야 진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촬영 김세희ㆍ김상호·이정석
'時事論壇 > 國際·東北亞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드 이슈] '파워' 뽐낸 시 황제 그 뒤의 그림자.. 中 전승절 열병식 이후 도전과 과제 (0) | 2015.09.16 |
---|---|
[한국 외교사 명장면]<1>노태우정부 ‘북방외교’ (0) | 2015.09.13 |
韓日, 정상회담 앞두고 ‘위안부 해결’ 공감 (0) | 2015.09.09 |
[노트북을 열며] 일본의 칼, 중국의 주먹, 북한의 핵 (0) | 2015.09.07 |
[월드리포트] "열병식은 곁가지"..전승절을 보는 미국의 눈 (0) | 2015.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