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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파워' 뽐낸 시 황제 그 뒤의 그림자.. 中 전승절 열병식 이후 도전과 과제

바람아님 2015. 9. 16. 10:10
국민일보 2015-9-15

중국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열병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다. 연설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개차에 올라 20분간 부대 사열을 진행하는 장면이었다. 부대를 지나칠 때마다 시 주석은 장병들에게 “퉁즈먼 하오(同志們好·동지들 안녕하십니까)” “퉁즈먼 신쿠러(同志們 辛苦了·동지들 고생 많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꼿꼿이 도열한 병사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웨이런민푸우(爲人民服務·인민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시 주석이 중국의 권력 최정점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열병식은 시진핑 권력의 확고함을 보여줬다

이번 열병식을 두고 서방국가들과 언론들은 중국이 이른바 ‘근육’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과 평가를 했다. 하지만 중국 학자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한팡밍 중국 정치협상회의 외사위 부주임은 ‘근육과시론’을 두고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 따른 ‘부당한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싱가포르 연합조보 기고문을 통해 “열병식은 대외적으로 근육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기보다 대내적으로 단결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 주석 취임 후 전군에 대한 반부패 운동을 통해 면모를 일신한 군을 최고 지도자로서 검열하고, 군도 단결된 모습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행사라는 주장이다.


실제 열병식 당일 시 주석은 다른 지도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명목상 중국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리커창 총리는 마이크를 잡고 행사 사회를 봤다. 참석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했던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 원로들은 시 주석 왼쪽에 줄줄이 앉아 공산당의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여줬다. 윌리 램 홍콩 중문대 교수는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확고부동한 최고의 보스가 됐다”면서 “현 시점에서 그의 권력은 누구도 침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위기의 그림자

모든 권력을 갖고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게 숙명이다. 희생양을 두려 한다면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짓일 뿐이다. 열병식에서 권력의 정점임을 과시한 시 주석의 뒤에는 권력을 일시에 붕괴시킬 수도 있는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톈진항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와 지난 6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대폭락을 경험한 주식시장은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165명의 사망자와 8명의 실종자를 낸 톈진항 사고는 안전불감증, 부정부패, 관료주의 등 그동안 중국 사회에 쌓여 있던 구조적 모순이 일순간에 폭발한 것이다. 유독성 화학물질 창고는 주거지역이나 주요 간선도로에서 최소 1㎞ 이상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창고 운영자는 인맥을 활용해 단속을 피했다. 사망·실종자의 대부분을 차지한 소방관들은 위험 화학물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교육도 받지 못했다.

관료들은 “사고 지역 주변의 식수와 공기 오염은 없다” “비가 와도 위험물질이 유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내내 믿지 못했다.


중국의 정치평론가인 장리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도부가 2012년 말 집권 이후 반대파 숙청을 위한 반(反)부패 사정 작업에 집중하면서 장기간 지체된 정치개혁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폭발은 정치 체계 내 뿌리 깊은 결함과 사고 여파에 대한 당국의 대처 실패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수출 위주의 양적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내수 위주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를 선언했다. 소비심리 개선과 함께 주식시장을 자본 조달 창구로 만들기 위해 중국 정부는 관영 매체를 동원해 ‘개미’의 주식투자를 부추겼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는데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 들어 지난 6월 중순까지 150%나 급등했다. 한때 5000선을 훌쩍 넘었던 지수는 현재 3000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3개월간 증시 부양을 위해 1조5000억 위안(약 278조원·골드만삭스 분석)을 투입했지만 떨어지는 주가를 막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을 할 것만 같았던 시진핑 정부는 갑자기 ‘무능력자’가 됐다.


민중, 그리고 지식인과의 밀월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BBC중문망이 지난해 말 시 주석의 2년과 남은 8년을 전망하기 위해 마련한 대담에서 홍콩의 정치평론가 장웨이는 이런 말을 했다. “시진핑과 중국 민중, 지식분자(지식인) 사이의 밀월기는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 어느 정권이든 밀월기에는 끝이 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에 밀월기의 끝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반부패 운동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겉으로 지지하는 것 같은 관료사회는 빼앗긴 기득권으로 인해 불만이 팽배해 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 두 명의 전임 주석은 부패를 어느 정도 용인해 왔다. 공산당 관료들의 부패를 대가로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이 이뤄졌다. 또 관료들의 부패를 용인하면서 정권에 대한 지지·보호를 얻었다. 하지만 관료사회의 반격이 시작된다면 시진핑 정권에 엄청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게 장웨이의 분석이다. 주즈췬 미 버크넬대 정치학 교수는 SCMP에 “현재 반대 세력이 확산하고 있다”며 “저항은 당과 군, 국영기업 내에서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전승절 열병식에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 전직 지도부들을 모두 참석시키면서 당의 단합을 과시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장쩌민은 공개 행사에 참석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관영 매체들은 “개혁에 반대하는 행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개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개혁 저항 세력’의 반격 계기는 중국 경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공산당 집권의 합법성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기초해 왔다. 주식시장 붕괴 과정에서 보듯 성난 민심은 언제든 계기만 만나면 폭발할 수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