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사설] '한·미·중·일·러 對 북' 以後

바람아님 2015. 9. 22. 00:25
조선일보 2015-9-21

북의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있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가까워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경고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북한의 핵위협을 끝내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경제 제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9일 "6자회담 구성원들은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그 어떤 새로운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란 대국(大局)을 어지럽히려는 어떤 생각이나 행동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누가 봐도 핵 도발을 공언하고 있는 북한을 겨냥한 경고다.

러시아는 조만간 연방안보회의 책임자를 한국에 보내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14~18일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선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165개 회원국 명의로 북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과거의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구도는 희미해지고 갈수록 한·미·중·일·러 대(對) 북의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북은 지금까지 도발의 대가를 제대로 치른 적이 없다. 오히려 도발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결국 돌아온 것은 손해가 아니라 각종 지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 상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국제사회는 북 지뢰 도발 이후 벌어진 사태에서 북의 약점을 분명하게 보았다. 무엇보다 북의 도발에 대한 중·러의 인내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이 실제로 핵이든 미사일이든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은 과거와는 다른 세계와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형식적 제재로 사실상 북에 면죄부를 주던 과거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다. 그 새로운 세계 속에서 북이 또 어떤 도발을 하든 북의 운명이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란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북은 19일 "미국이 입게 될 핵 참화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이제는 먹히지도 않는 허세나 부리고 있다. 성 김 미 6자회담 수석대표는 20일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 대화를 다시 제의했다. 북에는 선택의 여지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우리는 북이 끝내 국제사회의 손길을 걷어찰 경우 그 상황이 몰고 올 수 있는 파도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