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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정상외교> ①기회와 도전, 박근혜정부 외교시험대

바람아님 2015. 10. 30. 06:32
연합뉴스 2015-10-30

텐안먼·펜타곤 찍고 안방서 동북아 3각 협력복원 주도

美中 남중국해 갈등…동북아 외교전의 새 변수로 부상

첫 한일 정상회담…한일관계 개선 모멘텀·과거사는 난제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북아 3국 협력 복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5월 이후 3년 반만에 3국 정상회의를 우리의 주도로 복원시킨데 이어 이달 31일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한중 정상회담을, 내달 2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올해 하반기 동북아 외교의 최대 이벤트가 안방인 서울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톈안먼·펜타곤 찍고 안방서 동북아 외교전…남중국해, 변수로 부상 = 박 대통령이 내달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한일중 정상회의는 올해 하반기 외교전에서 사실상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 미국의 우방국 중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중국의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섬)를 보여주는 퍼레이드 행사를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참관했다. 이는 신(新)한중 밀월을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반면, 당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외교를 놓고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3∼16일 방미길에 올라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행보를 보여줬다. "한미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면서 한미동맹이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박 대통령은 미국 군사력의 심장부인 국방부(펜타곤)를 찾아 한미동맹의 상징성을 극대화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면서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한중·한미 양자관계를 다져놓은 박 대통령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라는 이벤트를 통해 하반기 외교전의 무대를 동북아 3각 외교로 이동시키게 된다.


홈그라운드인 서울에서 펼쳐지는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는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제시한 소(小)다자 3각 협력을 구체화하는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방미 당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3각 외교는 동북아 지역에서는 새로운 시도로, 양자 관계와 다자협력 증진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청와대가 한일중 정상회의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이 정상적으로 복원되고 3국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과 일본간 갈등의 수위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점은 한일중 정상회의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남중국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에 나선 만큼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일본 등 어느 한쪽의 주도로 남중국해 문제를 돌발적으로 거론할 경우 3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우리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관계 개선 모멘텀…위안부 등 과거사는 인식차만 확인할듯 = 박 대통령은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내달 2일 첫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3년반 만에 한일 정상이 마주하는 만큼 이 자리는 그동안 얼어붙었던 한일관계를 개선시키는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국간 위축된 경제교류의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진전된 대화가 오고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한일간 최대 현안인 과거사 문제의 경우 한일 정상간 인식의 간극이 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3년간의 줄다리기를 끝내고 일단 정식으로 만났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단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강조해온 대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한일 정상회담의 기본 원칙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 경색의 원인인 역사인식·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하면서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측의 진정성어린 조치를 아베 총리 면전에서 거듭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앞서 CSIS연설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우리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문제도 어떤 진전이 있게 된다면 의미있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28일 일본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과 그런 과제를 포함해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며 "미래를 향해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사히(朝日)신문은 29일 "위안부 문제에 관해 (아베) 총리에게 양보의 자세는 없다"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의 발언을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같은 표현이라면 반복할 수 있으나 더 파고든다면 한이 없다. 오히려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는 우리의 요구에 한국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관건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박 대통령 요청에 대해 "미래를 향해 나가자"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