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5-10-25
▦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 2가 남중국해를 지난다. 원유뿐 아니다. 세계 해상 교역량의 30% 이상이 그곳을 거쳐 동북아와 태평양 너머 미국으로 향한다. 길이 약 3,000㎞, 너비 1,000㎞에 달하는 드넓은 해역은 300억톤 내외의 원유와 7,500㎦ 정도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렇게 중요한 해역에 중국 지명으로 난사(南沙), 시사(西沙), 중사(中沙), 둥사(東沙) 등 4개 권역에 수십여 개의 섬이 있는데다, 각 섬마다 점유국도 제각각이어서 진작부터 영토분쟁이 상존했다.
▦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대만 등 주변국들 간에 1960년대 이래 국지적으로 전개돼온 남중국해 분쟁은 근년 들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정면충돌하는 글로벌 무대로 발전했다. 미국이 베트남과 필리핀 편을 들며 영토분쟁에서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은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아예 남사군도 7개 산호초에 활주로와 항만 등 주민 거주시설을 갖춘 인공섬 조성에 들어갔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산호초는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유엔 해양법의 제한을 뛰어넘기 위한 강공이었다.
▦ 중국이 난사군도 인공섬을 통해 본격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면 미국의 태평양 전략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 이래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를 안방처럼 드나들었던 태평양함대의 운신이 크게 제한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운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도 타격을 입는다. 미국이 최근 현지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미군 함대를 진입시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일축하려 하고, 중국은 즉각 해당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미국에 경고하는 위기상황의 배경이다. 남중국해 상황이 점점 태평양전쟁 전야 미국과 일본의 대치를 닮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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