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10-31
이번 회의는 한국의 필요에 따라 한국이 주도해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열리던 회의가 2012년 9월 중일 간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심각해지면서 중단됐고 한일 간의 과거사 갈등까지 겹쳐 한중일 관계가 더 복잡해졌다.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태도’를 요구하면서 한일관계가 경색되고 한미동맹과 연계되는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도 흔들린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얀마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희망을 밝힐 때만 해도 꽉 막힌 한일관계를 푸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의 통행 자유 및 주권 문제를 놓고 ‘무력시위’를 벌일 만큼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에 대해 리 총리에게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미일 대 중국의 대립과 갈등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불거지면 박 대통령의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일과의 3각 협력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경제를 넘어 북핵 해결에서도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중국과 일본이 어느 편인지 물을 경우 외교적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한중일 간에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치와 안보 면에선 갈등이 커지는 ‘아시아 패러독스’는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회의는 세 나라가 원자력안전, 에너지안보, 기후와 환경, 재난관리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 쉬운 분야부터 협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도 맥이 닿아 있는 사안이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굴착 공사를 하는 것이 파악됐다. 한중일 정상은 북의 김정은에 대한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공동선언을 내놓기 바란다. 세 나라가 북의 도발에 공동 대응하면서 정상회의 정례화를 통해 동북아 현안을 긴밀히 논의해 가야 한다. 동북아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르는데도 국가 간의 분쟁을 다룰 다자협력 체제가 역내에 없다. 한중일이 각자도생만으론 더 큰 번영과 평화를 이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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