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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내 금리인상 기정사실화…한국 등 선진국에 영향은?

바람아님 2015. 11. 14. 09:44

동아일보 2015-11-13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연일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전문가들과 금융시장의 전망은 대체로 12월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 영향으로 13일 한국과 선진국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연준 학술회의에서 “지난 10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은 다음달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수출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을 늦춘 면이 있지만 미국 경제는 이를 꽤 잘 이겨냈다”며 “지금까지 물가상승을 억제했던 요인들이 내년부터는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셔 부의장은 연준 내에서 재닛 옐런 의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금리에 관해 불분명한 자세를 취해 온 그가 ‘매파 성향(통화긴축 선호)’으로 확실히 돌아섬에 따라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장도 한 토론회에 참석해 “연준의 제로 금리는 정책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이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 역시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FOMC가 설정해놓은 조건들이 조만간 충족될 것”이라며 금리인상이 곧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내의 전문가들도 대부분 연내 인상이 유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문 결과 경제학자 등 전문가의 92%가 금리인상 시기를 다음달로 예상했다. 앞서 10월의 같은 조사에서 연내 금리인상을 전망한 전문가는 64%에 불과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확산된 것은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된 데다, 중국 등 세계경제의 불안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빨라지고, 한국도 시장금리가 올라 가계 및 기업부채가 상당부분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다음주에 나올 미국의 산업생산, 주택시장 지표도 일제히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연준 인사들의 연설이 계속 예정돼 있는데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이 이어지면 12월 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12일 미국 다우지수는 1.44% 내렸고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13일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20.07포인트(1.01%) 하락한 1,973.29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2100억 원이 넘는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5.6원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해 1160원대에 진입했다.

한국 증시는 이날 새벽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중국지수가 발표된 데에도 영향을 받았다. MSCI 중국지수에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14개 종목이 처음으로 편입된 것이다. 한국 증시는 중국과 함께 MSCI 신흥지수로 엮여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의 비중이 늘면 한국기업 비중은 줄어든다. 증권가에서는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3000억~8000억 원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재동 기자 , 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