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15-11-20
“항행의 자유 보장” 원론 표명할 듯
미국과 중국 간에 남중국해 난사(南沙) 군도 영유권 분쟁을 놓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대격돌’이 예고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미·중 간 균형외교가 시험대를 맞게 됐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과 함께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박 대통령에게는 어느 한쪽에 서기가 어려운 복잡한 외교 과제다. 여기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아세안 공동체 출범으로 몸집이 커져 역내에 새로운 외교·안보·경제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국과 확실한 공조체제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20일 오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21일)와 EAS, 한·아세안 정상회의(22일)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EAS 회원국인 미국과 중국은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할 조짐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EAS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대신 참석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우군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 대부분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이고, 일본은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필리핀 마닐라에서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에서 중국 견제 공조체제를 확인했다.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는 시 주석은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EAS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 문제에 관해 EAS 회원국들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터키에서 시작해 필리핀으로 옮아갔던 주요국 정상들의 다자외교는 이번 주말 말레이시아에서 끝난다. 정상들은 한 주 걸러 ‘파리 테러’의 원점인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2차 다자외교’에 들어간다. 파리에서는 기후변화회의가 목적이지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테러리즘 대응의 상징적인 행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닐라·쿠알라룸푸르 =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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