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스트 앤 본' 스틸컷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한다.
죽음으로 통하는 어둡고 깊은 구렁텅이에서 한 사람을 건져 올릴 수 있다.
'러스트 앤 본'(Rust and Bone)은 그런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다.
갑자기 맡게 된 다섯 살 아들을 키우기 위해 누나네 집에 찾아온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이곳에서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영화 '러스트 앤 본' 스틸컷
영화 '러스트 앤 본' 스틸컷
근무 첫날 클럽에서 시비에 휘말린 여자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를 도와주고 그녀의 집까지 들르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해양공원에서 범고래 조련사로 일하던 스테파니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큰 사고를 당한다.
병원 침상에서 일어난 그녀는 두 다리가 허벅지 밑으로 없어진 걸 알게 되고 절망에 빠진다.
죽을 생각까지 해보지만 맘대로 되지 않고 치료가 끝난 뒤 보험사에서 마련해준 집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문득 예전에 연락처를 남긴 남자 알리를 떠올리고 그에게 전화를 건다.
알리는 집 안의 어둠 속에 틀어박힌 스테파니를 데리고 나와 해변으로 이끈다.
몸을 드러내기 망설이던 그녀는 충동적으로 옷을 벗어 던지고 수영을 하며 다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이 영화는 세상의 주변부에서 거칠게 살아온 한 남자와 한순간 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전통적인 멜로 영화의 구조로 익숙하게 풀어간다.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과 분명한 감정 표현은 일반 상업영화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가 비슷한 이야기 구조의 다른 영화들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인물들의 내면과 그들의
관계를 묘사하는 방식에 과잉이나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이다.
두 인물에 대한 관객의 이입과 거리 두기를 절묘한 지점에 놓음으로써 순간의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영화 '러스트 앤 본' 스틸컷
육체 일부를 잃은 스테파니조차도 그 사실을 안 순간 발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외에는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거의
없다.
마음을 잘 표현할 줄 모르고 거칠게만 살아온 남자가 아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투전 싸움판에 몸을
내던지는 삶도 녹록지 않지만, 그 역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단 한 번뿐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은 요란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지만 담담한 말과 육체의 교감
속에는 절박함과 순수함이 서려 있다.
어느 새벽 화장실에 서로 마주 앉아 볼일을 보며 피식 웃는 순간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영화의 이런 위엄을 살려주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특히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는 하루아침에 두 다리를 잃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여자의 절망과 그 속에서 다시 조금씩 삶의 의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으로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영화로 지난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009년 '예언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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