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5.12.03
‘중국’ 하면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몇 해 전 중앙일보의 고품격 일요 신문인 중앙선데이가 중국 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냐는 연상(聯想) 단어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자장면(炸醬麵)에서 황사(黃砂)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답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이 중국 할 때 가장 먼저 머리 속에 그렸던 건 ‘크다 또는 넓다’는 개념이었다. 이어 ‘만리장성(萬里長城)’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고 ‘인구가 많다’가 세 번째 위치에 올랐다.
흔히 중국을 가리켜 ‘땅은 넓고 물산은 풍부하며 인구는 많다(地大物博人多)’는 말을 하는데 그 함의가 우리의 의식 속에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다. 참고로 자장면은 여섯 번째, 황사는 여덟 번째의 순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천(千)의 얼굴로 다가온다. 젊은 청춘에겐 새로운 유학의 땅이 되기도 하고 중년의 비즈니스맨들에겐 일터가 되기도 한다. 누구는 중국에서 성공해 미소가 떠나지 않지만 또 누구는 『중국 가서 망하는 법』을 책으로 낼 정도로 한숨을 짓기도 한다.
중국은 과연 한국에 무엇인가. 이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5월 23일 중일(中日)우호교류대회에서 한 말을 인용해도 무방할 듯싶다. 시진핑은 일본대표단을 향해 “이웃은 선택할 수 있지만 이웃나라는 선택할 수 없다(隣居可以選擇 隣國不能選擇)”고 말했다.
이웃나라 관계라는 것이 그냥 이웃처럼 서로 싫다고 짐을 싸서 이사 갈 형편이 되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한중 관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있어서 변함 없는 사실 하나는 바로 이웃국가라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이웃나라인가. 2012년 2월,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이던 시진핑(習近平)의 미국 방문에 대한 LA 타임스의 보도가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미 언론은 시진핑의 도착 소식을 전하며 ‘프레너미(frenemy)가 왔다’는 표현을 썼다.
프레너미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다. 사랑과 미움이 교차되며 유지되는 친구 관계를 뜻하는 표현으로 종종 사용된다. 중국을 보는 이런 미국의 시각이 우리의 시각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경우에 따라 친구도 적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애증(愛憎)이 한데 섞여 있는 상대는 정말로 대하기가 어렵다. 2010년 중국의 안방 극장을 점령한 건 95집의 장편 드라마 ‘신삼국(新三國)’이었다. 여기에서 오(吳)나라의 전략가로 등장하는 노숙(魯肅)의 대사가 이런 고민을 잘 대변해준다.
노숙은 말한다. “적은 상대하기 쉽다(敵人好對付). 벗 또한 상대하기 쉽다(友人好對付). 그러나 적이면서 또 벗인 자는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但是亦敵亦友却最難對付). 그는 언제든 너의 큰 적이 될 수 있고(他隨時可以成爲?的大敵) 또 그는 언제든 너의 아주 가까운 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他隨時可以成爲?的盟友)”라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숙의 말은 이어진다. “결국 그를 적으로 만들 것인지(究竟視他爲敵) 아니면 그를 친구로 만들지는(還是視他爲友) 우리의 지혜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却要看我們的智慧了)”
이 같은 노숙의 말은 마치 중국을 친구로 만들지 아니면 적으로 돌릴 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지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게 틀린 말 같지는 않다. 자, 그러면 우리에겐 어떤 지혜가 필요한 것일까.
방법을 찾을 땐 병법(兵法) 전문가인 손자(孫子)에게 기대는 게 좋다. 『손자』 ‘모공편(謀攻篇)’에 익숙한 말이 나온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가 그것이다.
이어지는 말은 상대를 모른 채 나만 알고 싸우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는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다. 또 다시 이어지는 말은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른 채 싸우면 매 번 반드시 위태롭다는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다.
우리가 중국 알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관련 일을 도모한다면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그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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