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5.12.07
제3화 시진핑이 걷는 길은?…등체모용(鄧體毛用)의 길
건국 60여 년을 지난 중화인민공화국의 현재가 이 말을 떠올리게 한다. 대략 30년을 주기로 역사의 변곡점(變曲點)을 그려왔던 까닭이다. 시진핑이 중국의 1인자인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던 2012년 11월 이전까지의 중국 역사를 우리는 크게 ‘두 개의 30년’으로 나눌 수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30년과 덩샤오핑(鄧小平)의 30년이 그것이다. 1949년 건국 이후 1978년 덩샤오핑이 확실하게 집권하기 이전까지의 시대를 마오의 30년으로 부를 수 있다. 이 시기를 특징짓는 키워드는 두 개다. 전쟁과 투쟁이다. 전쟁은 국제정세와 관련한 것이다. 마오는 국제정세와 관련해 대국(大國)간의 전쟁을 늘 염두에 뒀다. 처음엔 미국 나중엔 소련의 침공을 염려하며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투쟁은 ‘계급투쟁’을 말하는 것으로 국내적 상황과 결부해서다. 마오 시대엔 갖지 못한 자와 가진 자간의 투쟁인 무산계급과 유산계급간의 투쟁이 끊임없이 강조됐다. 그런 마오의 30년 시대는 관료는 비교적 청렴했고 민중은 단결됐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배고프고 추운 30년의 시대이기도 했다.
반면 “자네가 일을 맡으면 내 마음이 놓인다(?辦事 我放心)”는 마오의 말에 따라 후계자가 됐던 화궈펑(華國鋒)을 따돌리고 권좌에 오른 덩샤오핑의 30년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무얼까. 역시 두 개로 귀결된다. 평화와 발전이 그것이다. 평화는 국제정세와 관련해서다. 덩은 당분간 국지전(局地戰)은 몰라도 큰 나라 사이의 전쟁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평화를 국제 흐름의 대세로 본 것이다.
따라서 국내적으론 발전을 추구해야 할 시기라 믿었다. 발전은 특히 경제발전을 말한다. 덩은 우선 마오가 쳐놓은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싶었다. 사상해방(思想解放)을 외치고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주창한 이유다. 그래서 세 가지에 유리하기만 하다면(三個有利于)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종합국력 증진에, 생산력 발전에, 인민의 생활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수단을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자본주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장(市場)’ 개념의 도입은 그래서 가능했다. 그런 덩의 30년 동안 배고픔은 추억이 됐고 국력은 신장됐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커졌고 부패는 인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덩의 30년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의 치세(治世)까지를 포함하는 시기다.
마오의 30년과 덩의 30년을 이어 받은 시진핑이 문을 열 중국의 향후 30년은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시진핑이 2013년 초 중앙당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시진핑은 “개혁개방 전후의 역사는 서로 부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덩샤오핑이 78년 개혁개방을 추구한 것을 계기로 마오의 30년과 덩의 30년을 나누던 기존 관점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시진핑은 말한다. 마오의 30년과 덩의 30년은 “서로 대립하는 것도 또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시진핑은 마오가 사회주의의 기본 제도를 쌓았기에 그 토대 위에서 덩의 개혁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민간에선 ‘중국을 일으켜 세운 것은 마오쩌둥이요, 살찌운 건 덩샤오핑’이라는 말이 떠돈다. 시진핑은 바로 마오의 30년과 덩의 30년 등 지난 60년의 역사를 모두 아우르려는 것이다.
그런 시진핑의 행보에 대해 세간에서 나오는 말이 ‘시진핑이 걷고자 하는 길은 등체모용(鄧體毛用)의 길이다’라는 것이다. 등체모용은 중체서용(中體西用, 중국의 것을 기본으로 하되 서양의 것을 활용한다는 뜻)에 빗댄 표현이다. 즉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실용적인 경제발전 노선을 계속 추구하되, 정치적으로는 군중의 힘에 의존하려 했던 마오쩌둥의 권위주의 스타일을 차용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경제적으론 자본주의 논리에 가능한 최대한 충실 하려고 하면서도 정치적으론 매우 강경한 중국의 모습을 보게 될 공산이 크다. 시진핑이 걸으려 하는 등체모용의 길은 19세기 중엽 이래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중국의 행보에 다름 아니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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