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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은 '판매왕'의 무덤?

바람아님 2015. 12. 11. 00:41

[J플러스] 입력 2015.12.09 


툭하면 위기요, 붕괴랍니다. 중국 경제를 보는 서방의 시각이 대략 그렇죠. 서방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중국 경제가 망가졌다면 중국 경제는 이미 수 십 차례 망했고, 부서졌을 터입니다. 현실은 어떤가요. 중국은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기업 역시 중국 경제와 시장을 잘 읽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설픈 시장 전략이 기업 전체의 중국 사업을 망가뜨리곤 합니다. ‘중국 시장은?판매왕의 무덤’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우수한 실적을 거둬 ‘판매왕’이라는 칭호를 받은 간부가 중국에 파견돼서는 헛다리만 집는 것을 두고 나온 말입니다.

왜 그런 엉터리 분석, 헛다리 시장 전략이 나오는 걸까요. 중국 경제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자기가 보고 싶은 데로만 중국을 보니 제대로 된 분석과 전략이 나올 리 없습니다.

중국, 어떻게 봐야할까요? 오늘 중국 경제를 읽는 팁을?하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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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의 첫 포인트는 '당-국가 체제(Party-state system)’다. 중국은 집권당인 공산당이 국가의 모든 기구를 장악하고, 관리하는 나라다. 정부도 당(黨)의 이념이나 철학을 집행하는 실행 단위일 뿐이다. 그러기에 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려는 지는 중요하다. 당-국가 시스템의 본질을 알아야 제대로된 중국 분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공산당이 설립된 것은 1921년이었다. 상하이에서 천두슈(陳獨秀), 마오쩌둥(毛澤東)등이 비밀리 만나 결성했다. 그 공산당이 오랜 혁명을 통해 만든 나라가 바로 1949년 10월 1일 세워진 중화인민공화국이다. 공산당이 ‘아버지’라면,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는 ‘자식’인 셈이다. 아버지와 자식, 그게 중국에서 당과 국가의 관계다.

공산당은 모세혈관처럼 중국 전역을 파고든다. 각 급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학교, 협회, 국유기업 등에 당 조직이 말단까지 뻗쳐있다. 심지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영 기업에도 당 조직이 결성되어 있다. 당의 결정은 이 조직을 통해 중국 전역에 퍼지게 된다. 그렇게 당은 국가를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다. 아버지가 자식을 키우듯, 공산당은 중국을 키우고 있다.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말이다. 그게 당-국가 체제의 본질이다.

근데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나 비즈니스맨들은 여기까지는 대충 다 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우리는 한 발 더 들어가 중국 경제가 어떻게 형성되고 움직이는 지 뜯어보아야 한다.

Liberal Capitalism

중국은 한 나라지만, 그 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여럿이다. 서로 다른, 아니 어쩌면 서로 배치되는 체제가 공존하고 있다. 서방의 자유 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 속성이 존재하는가 하면, 우리가 1997년 IMF위기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던 아시아 특유의 유교 자본주의(Confucius Capitalism)가 있고, 또 그런가 하면 국가가 직접 경제 주체로 시장에 뛰어드는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속성도 뚜렷하다. 이 같은 메커니즘이 함께 어우러져 중국 경제를 만든다. 이 중 어느 한 쪽만 보니 엉터리 분석이 나오고, 헛다리 전략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한 발 더 들어가 봐야 하는 이유다.


財神으로 추앙받는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 그들은 이데올리기의 경계를 넘어 돈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우선 자유 자본주의적 속성을 보자.

최근 시안 출장 길에 한 학교 앞을 지나게 됐다. 상가가 쭉 이어졌는데,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음산하기까지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현지인 답은 이랬다.

"원래 학용품, 완구, 아동복 등을 팔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학생들은 여기서 물건 사지 않습니다. 전부 알리바바, 징동(京東) 등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삽니다. 오프라인 가게는 망할 수 밖에 없지요."

알리바바가 일으키고 있는 유통 혁명의 현장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 옛날 제품은 경쟁에서 져 퇴출된다. 그게 자유 시장경제의 논리다. 중국 유통시장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그렇다. 오로지 경쟁만이 통한다. 정부는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한 그냥 지들(민간기업)이 하는 걸 내버려 둔다. 그러니 경쟁이 일어나고, 발전한다. 인터넷모바일, IT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슬로건 하에 전역에서 벤처기업이 쏟아지고 있고, 가격 파괴 전쟁이 벌어진다. 그런가 하면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해외에서 기업을 인수하고, 빌딩을 사들인다. 서방 기업들과 다르지 않다.

이마트가 중국에 진출한 건 1990년 대 중반쯤이다. 한 때 잘 나갔다. 한국의 유통 기술이 중국 시장에서 먹힌다고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이마트는 철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자유 시장경제의 속성에 당한 때문이다. 중국 유통 시장은 한마디로 자유 시장경제가 통하는 곳이다. 그들은 단 돈 1위안, 아니 1마오에도 공급 선을 바꾼다. 완전 경쟁에 가깝다. 중국 경쟁사에 비해 코스트가 높은 이마트가 견디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알리바바가 일으킨 유통혁명은 오프라인 매장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이마트는 이같은 자유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마트가 나오는데도 롯데마트는 가겠단다. 성공할 수 있을까?

Confucius Capitalism

그렇다고 '중국은 자유 시장경제의 나라'라고 쉽게 치부해버린다면, 오산이요 착각이다. 시장경제 성립의 핵심 요건 중 하나는 '계약'이다. 계약이 살아있고, 계약에 따라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룰(rule)이 살아있어야 시장경제가 유지된다. 중국이 어디 그런 나라이던가?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계약보다는 관씨(關係)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시 비즈니스다. ‘관시’는 이제 중국 비즈니스의 특성을 말해주는 보통명사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서방 시장에서 ‘판매왕’ 타이틀 딴 간부가 중국에 와서는 헛다리를 짚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을 법과 규정으로 만으로 읽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유교 자본주의적 속성이다.

유교 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다. 된다 싶으면 끼리끼리 나눠 다 해먹는다. 돈 좀 벌었다는 싶으면 바로 업종 다각화에 나선다. 신시왕(新希望)이라는 그룹이 있다. 쓰촨에서 메추라기 양식으로 돈 번 대표적인 민영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금 고유 분야인 농업을 비롯해 부동산, 금융, 에너지, 호텔 등 안 하는 업종이 없다. 신시와 그룹을 일으킨 4형제들은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부를 쌓는다. 자유 시장경제의 터전에서 돈을 번 그들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끼리끼리 해먹고, 지네끼리만 나눠먹는다. '관시'라는 건?그 '지네끼리'에 끼어드는 것을 말한다.'관시 비즈니스', 중요하다.

'관시 비즈니스'도 이젠 세련되게 해야 한다.?술 같이 먹었다고'지네끼리'에 끼어들 수 없다. 어떻게 해야할까. 여기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 uid=woodyhan&folder=1&list_id=13425358를 클릭하시어, 삼성의 사례를 보시라.

겉으로 보기에 중국은 분명 시장 자본주의적 속성을 가진 경제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더 경쟁이 살아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계약보다는 관시가 위력을 발휘하고, 경쟁보다는 끼리끼리 문화가 더 짙다. 그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니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경쟁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는 그들의 관시문화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전략이 나올 수 있다.

State Capitalism

축구 경기할 때 운동장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하나는 선수, 또 하나는 심판이다. 심판의 역할은 게임이 공정하게 잘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반칙을 하는 선수가 있으면 옐로카드로 경고하고, 레드카드로 퇴장시킨다. 시장 경제시스템에서의 국가는 바로 그런 심판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서는 다르다. 심판(국가)은 호루라기도 불지만 골도 찬다. 어떤 때는 공을 슬쩍 맘에 맞는 선수에게 밀어주기도 한다. 아예 드리블하며 질주하기도 한다. 심판이 판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국가 자본주의 속성이 그렇다.

중국 경제는 국유사이드와 민영사이드가 분절(分節)되어 있다. 국유사이드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국유기업(금융 포함)이 포진해 있고, 민영사이드는 민영기업과 외국투자기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 자본주의적 성향이 짙은 분야가 바로 국유사이드다. 국유기업은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탄을 받지만, 어쨌든 부가가치 생산 규모로 볼 때 중국 경제(금융 포함)의 거의 절만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에너지, 금융, 통신, 방위 등 굵직굵직한 산업은 이들 국유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국가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위협한다. 정부-국유은행-국유기업으로 구성된 ‘국가 자본주의의 삼각 편대’가 해외 시장을 공습한다. 정부가 목표물을 정하면, 국유기업이 달려들고, 국유은행은 돈을 지원하는 식이다. 중국의 석유업체들은 이미 세계 유전개발의 메이저급으로 성장했다. 브라질, 호주, 남아공,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자원부국에는 여지없이 중국 국유기업들이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전 입찰에서 BP, 쉘 등 서방 기업들은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편대에 밀릴 수밖에 없다.

종합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대표적인 민영기업이다. 물론 이 회사는 경쟁과 자율이라는 민영기업의 속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회사가 세계 곳곳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웨이가 아프리카 통신 시장에 진출하기 전, 정부는 해당 지역에 통신 현대화를 위한 자금지원을 해준다. 화웨이는 그 돈을 받아 통신망을 깔아준다. 국가는 그렇게 민영기업에게도 뒷돈을 대준다.

우리 조선 산업이 위기다. 중소 중견업체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달했고, 현대 대우 삼성 등 메이저 선박회사들도 조 단위의 적자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중국 요인이 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우리 기업들은 중국 삼각편대의 돈 폭격에 밀려 힘을 써보지 못하고 시장을 내줘야 했다. 국가 자본주의에 당한 셈이다.

名可名 非常名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10%안팎 성장세를 달리던 경제는 7% 성장도 힘들어하고 있다. 중국 산업 현장에서도 ‘곡소리’가 나온다. 서구 전문가들 사이에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국유부분의 일이다. 알리바바,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민영 부분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다. 미국을 추월할 기세다. 그 중 한 쪽만 보기에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자유 자본주의, 유교 자본주의, 국가 자본주의...편의상 3개로 나눠 봤을 뿐, 중국 경제를 구성하는 속성은 이밖에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다양한 속성을 하나하나 뜯어 보고, 또 조각을 붙여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어떻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경제분석도, 기업 경영 전략도 일그러진다. 중국은 이렇다고 말하는 순간 또 다른 중국이 나타나 헷갈리게 한다.너무 쉽게 ‘중국은 어떻다’라고 쉽게 규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명가명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이라고 하지 않던가.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