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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 보내는 편지]"수십 년 뒤 공산주의 사회가 온다는데.."수십 년 뒤 공산주의 사회가 온다는데..

바람아님 2015. 12. 31. 00:47

by 주성하기자   동아일보 2015-12-28 



제가 김일성 종합대학에 입학해 1학년 때 하루는 철학 교수가 공산주의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더군요.

 

정말 진지하게 공산주의 사회로 가려면 어떤 과도기를 거쳐야 하고, 정작 공산주의가 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수록 의문만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강의가 끝난 뒤에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교수님, 공산주의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공급받는다고 하는데,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가령 장가도 안가고 밤잠도 안자고 피타게 노력해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있습니다. 또 그냥 마음 편히 먹고 살면서 수걱수걱 농장일을 하면서 애만 많이 낳아서 한 6명 정도 자식이 있는 농민 부부도 있습니다.

 

공산주의로 가면 농민은 8인분 공급을 받고, 선수는 1인분 공급을 받는데, 그럼 누가 열심히 노력해서 1등을 하겠다고 하겠습니까.”

 

그랬더니 제 동창들이 일제히 저를 쳐다보는데, 그 눈빛이 “재가 미쳤나, 감히 공산주의에 의문을 품어? 죽자고 잡도리 했나”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교수님도 잠시 당황하는 표정이더니 역시 김일성대 교수답게 재빨리 설명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통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개조해서 누구나 얼렁뚱땅 놀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끔 만들어야 공산주의가 온다”는 논리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능력의 차이가 있습니다. 수재도 있고, 운동 잘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아무 것도 잘하는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다 발휘한다고 가정할 때 누구는 열을 만들 수 있고, 누구는 하나밖에 못 만들 수 있는데 나눠먹는 것은 똑같이 나눠야 한다? 그럼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더 묻지 않았습니다. 정말 더 물었다간 찍혀서 퇴학될지 모르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품었던 의문이 바로 공산주의의 근본 문제였습니다. 거기에다 누구나 천성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이기주의가 교육으로 개조가 될까요.

 

그때 제 나이가 만으로 18살이었는데, 그런 저도 품는 의문을 교수는 과연 그걸 몰랐을까요,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 했을까요.

 

그리고 불과 10년도 안 돼, 김정일이 공산주의란 개념이 뭔지 모르겠다고 모든 북한 서적에서 삭제하라고 지시를 했던 것을 떠올리면 참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은 공산주의 사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이상한 이야기죠. 말도 안 되는 공산주의로 간다면서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게 화가 나서 탈북했는데, 공산주의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다니요.

 

지금 저는 공산주의는 사람들의 의식을 개조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인류의 기술 진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물론 북한에서 말하던 공산주의와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유토피아도 그렇고 인류란 늘 상상해보는 이상적인 사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회가 제 생전에 올지 모릅니다.

 

저번 시간에 제가 드론과 무인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만 이건 미래 과학 기술이 이룩한 아주 작은 진보에 불과합니다. 점점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면 미래엔 일자리가 상당히 없어집니다.

 

특히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컴퓨터의 사고 수준이 인간의 성인 수준에 도달하면 사람이 일할 자리는 거의 없어집니다. 로봇이 알아서 사람과 대화하면서 일하는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그때를 어떤 미래학자들은 20년, 어떤 학자는 30년 뒤라고 하는데, 어쨌든 여러분 대다수가 살아있을 때입니다.

 

기계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은 어떻게 살까요. 정말 암울할 것 같은데 학자들은 의외로 긍정적인 대답을 합니다.

 

인간은 늘 일할 거리를 스스로 찾아내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존재이기 때문에 로봇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은 더 의미 있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붓는다고 합니다.

 

즉 일을 하고 노동력의 대가를 받는 일자리의 시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일거리의 시대로 바뀐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먹고 사냐고요. 그때엔 교육도 무료가 되고 물건을 빌려 쓰고 나눠 쓰는 무소유의 시대가 온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기본소득제도’가 정착되는데 이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을 국가에서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럼 먹고 사는 걱정에서 해방된 사람은 더 이상 돈 버는데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 즉 어떻게 하면 인류를 위해 지구 온난화를 막을까, 어떻게 하면 우주로 갈까 이러루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답니다.

 

실제로 유니세프란 단체가 몇 년 전 인도의 외딴 마을에 기본소득, 즉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기본적으로 제공했더니 사람들이 모두 게으름을 피우면서 노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섰고 이로써 전반적인 마을 형편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기본소득을 제공받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먹고 살기 위해 신경 쓰지 못했던 문제들, 즉 자신과 자녀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을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생산성은 오히려 더욱더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게 공산주의가 아닙니까. 실제로 현재에도 매달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곳도 있는데 바로 미국 알라스카입니다. 여긴 매달 1인당 2,000달러 넘게 줍니다.

 

물론 알라스카는 자원이 많고 인구가 적어서 가능하지만 앞으로 로봇이 발달하면 지구 전체가 이렇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게 뭔 꿈같은 이야기인가 하실 테지만, 저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10분의 1도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시간에 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축복의 성탄절입니다. 저는 아름다운 미래로 북한 여러분들과 함께 가고 싶다는 소망을 해 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2015년 12월 24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