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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속내는/숨가쁜 연설…김정은 건강 이상 생겼나

바람아님 2016. 1. 2. 01:01

[중앙일보] 입력 20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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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6년 1월 1일을 맞아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속내를 보였다. 김정은이 하고 싶은 얘기는 경제, 경제, 경제였다.

김정은은 "우리 당은 인민생활문제를 천만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년사의 전체 구성에서 경제를 군사보다 먼저 언급했다. 김정은의 머릿 속에는 '김일성-건국, 김정일-군사, 김정은-경제'이라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를 위해 핵 언급도 자제했다. 김정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민'을 강조한 것도 경제와 연관돼 있다. 인민에게는 딴 것보다 배를 채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신년사에서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을 강조한 것도 그 이유다.

김정은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최고위급 회담’ 대신에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누구와도'의 범위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 김정은은 그 속에 대통령을 포함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언급한 만큼 같은 말을 또 다시 반복하기 어렵다. 매달리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와도’라는 말을 통해 정상회담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경제건설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더러 대외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자신들을 이해해 주고 손을 잡자는 것이다.

김정은은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청년을 내세웠다. 그는 "우리 당은 오늘의 총진군에서 청년들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들에게 기적의 창조자, 청년영웅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올해 5월 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세대교체를 통한 청년들의 약진을 예고한 것이다. 김정은의 나이(32)를 고려하면 청년들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김정은은 그들과 함께 그가 그리는 북한(강성국가)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김정은은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미국과 관계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년사에서 지난해부터 지겨울 정도로 언급했던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또 꺼냈다. 그 이유는 평화협정 없이는 경제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력갱생으로 버틸 수 있지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포하자마자 미국으로 달려간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의 과학·기술, 교육, 투자가 있어야 다른 나라들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나름대로 개혁·개방을 해 왔다. 중앙급 경제특구 5곳, 지방급 경제개발구 21곳 등 26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해외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농장과 공장의 생산량 가운데 30%를 생산자가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을 모방한 ‘김정은식 개혁·개방’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의 평화협정이 무엇보다 필요해진 것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치] 숨가쁜 연설…김정은 건강 이상 생겼나

[중앙일보] 입력 2016.01.01 


숨가쁘고 쫓기듯 읽어내려간 30분간의 새해 구상.

1일 낮 북한 조선중앙TV로 방영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평양 시간으로 1일 정오(서울시간 오후 12시30분) TV에 등장한 김정은은 "인민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곧바로 북한 내 정치·경제 문제와 사회 분야 이슈와 관련 2015년 한해를 결산하고 새해 통치 구상을 밝혔다. 이어 대남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개선, 대외정책 순으로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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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1위원장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감색 인민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연설대에는 7개의 마이크가 줄지어 마련됐고, 오른편엔 붉은 노동당 깃발이 세워졌다.

그는 예년보다 빠른 말투로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프롬프터 등을 동원하지 않고 연설대 위 문안을 줄줄 읽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기보다는 연설문에 시선을 주로 보냈다. 2012년 첫 연설때 화제가 됐던 몸을 좌우로 흔드는 모습은 정도만 덜했지 여전했다.

특히 연설 시간이 10분을 넘어서면서 김정은의 거친 호흡과 발음의 꼬임현상이 나타났다. 예년보다 연설문안을 단문으로 짧게 구성했는데도 김 제1위원장은 점점 숨이 가빠졌고 연설 속도도 빨라졌다. 군데 군데 말을 더듬는 장면도 연출됐다. 32살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갈라진 중년 남성의 음성 톤도 관심을 끌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준이었다.

북한은 김정은 연설 중간중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미리 녹음한 박수소리를 자주 편집해 시청하는 주민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마다 김정은의 연설 장소이자 북한 통치의 상징인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사진을 같이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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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정은 연설모습으로만 채우던 예년과 달리 내용에 맞춰 자료사진을 편집해 방영했다. 의료 제도를 얘기할 때는 치료받는 환자 모습을, 문화예술 문제를 거론할 때는 모란봉악단 공연모습을 편집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남문제를 언급한 2~3분 동안은 김정은의 얼굴만으로 구성했다. 대남문제와 관련해 영상자료를 주민들에게 내보내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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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엔 오전 9시를 전후해 신년사를 방영하던 걸 낮 12시로 바꾼 건 시청하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간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인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축원한다"고 맺은 건 '인민중시' 를 부각 선전하고 민생에 치중하겠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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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동당 7차대회(5월 예정)에서 휘황한 설계도를 펼칠 것"이라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 내용도 곳곳에 드러났다. 또 "산도 옮기고 바다를 메우는 기적을 만들자"거나 "한 몸 그대로 뿌려져도 좋다는 기세로 일하자"는 등의 당간부와 주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대목도 연설에 담겼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