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6.01.09 15:56
2016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신흥국 사수와 탈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중국 업체들이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5년 10월 말 베트남 호찌민시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2014년에는 인도네시아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애플은 2016년 4인치대 크기의 중·저가형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이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샤오미·화웨이 등은 중남미와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에 진출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신흥국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 수요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샌드위치론’을 제기했다.
가전 부문은 브라질 올림픽 특수가 기대되지만, 중국 경기 둔화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센스·하이얼·TCL 등 중국 기업의 도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전 제조사들이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 부문에서 다소 밀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 때문인데, 2016년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반도체인데, 현재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16년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6년에는 국내 업체들의 D램 반도체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2015년보다는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6년 3D 낸드(NAND)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2015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지지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8140만대로 지난해 대비 1.5%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한국 내수 시장은 비교적 양호했다. 수입차를 포함해 총 180만대가 판매돼 8.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대부분 전문가가 2015년보다는 나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큰 기대는 힘들다. 그나마 2015년에 깊은 침체에 빠졌던 브라질과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미약하게나마 회복될 기미가 보인다. 중국 역시 2015년 하반기 자동차 취득세 인하 정책을 펼친 덕에 2015년보다는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성장세가 한풀 꺾일 확률이 높다.
2016년 한국 자동차산업의 키워드는 친환경과 소형·SUV, 럭셔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수소차가 대세가 되겠지만, 당장은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리드 시장의 성장은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국내 업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늘리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앞서 있는 시장을 현대·기아차가 얼마만큼 빼앗아 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국내 업계가 올 하반기 집중적으로 출시한 소형·SUV 차량이 2016년 국내외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2015년 1월 고급차 전용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꺼내 든 현대차의 승부수가 2016년 어떤 결과를 낼지도 관심거리다. 2016년은 물론이고, 더 먼 미래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산업은 2016년에도 여전히 안갯속을 헤맬 전망이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다, 해양 플랜트, 상선 시장 등도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 수주량은 2013년 187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서 2014년 1260만 CGT로 크게 줄었다.
2015년 수주량은 1090만CGT로 추정된다. 선종별로 봐도 컨테이너선·유조선을 제외한 대부분 선종이 감소했다. 제품운반선은 무려 32%나 줄었다. 국내 조선사들이 강세를 보이던 LNG선 시장도 전망이 어둡다. 2015년 상반기 수주 실적은 양호했으나 미국 셰일가스 생산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며 2015년 하반기 분위기는 좋지 않다. 수주가 부진하면서 수주 잔량도 감소하고 있다. 2014년 기준 3420만CGT였던 수주 잔량은 2015년 3210만CGT로 감소했고, 2016년에는 3140만CGT로 줄 전망이다. 조선 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운업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것도 부정적이다.
저유가 기조도 조선산업에는 부정적이다. 해양플랜트 발주 등 이익을 내기 위한 국제 유가는 최소 70달러 이상이라는 게 석유화학 업계의 정설이다. 문제는 2016년에도 국제 유가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불황의 늪에서 언제 벗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16년에도 국내 조선산업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불황기에 한국 조선소에 적잖은 물량을 제공한 LNG선 시장도 당분간 위축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철강산업 역시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중국이 문제다. 2014년 중국의 조강 능력은 11억6000만t으로 2008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 철강 소비는 6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철강 소비량이 2013년을 고점으로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유휴 시설이 늘고, 철강 가격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효과를 거두고, 중국과 동남아, 중동·유럽에 이르는 지역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로 철강 수요가 늘면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이야기는 해마다 이 맘 때면 반복되는 이슈다. 시장에서 기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도 마찬가지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 효과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대일로 사업 중 철강이 필요한 철도 등 수송에 대한 투자액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 업계는 2016년에도 힘든 한 해를 보낼 듯하다. 중국 철강 업계가 정리될 때까지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살아남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미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포스코는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며 내실 다지기가 한창이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를 자동차 강판 부문에 집중하도록 했다.
2014년 말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2015년 두 얼굴의 실적을 보였다. 수출액은 크게 줄었는데, 수익성은 좋아졌다. 수출 물량은 줄었지만, 저유가 기조 속에 원료 수입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도 저유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평중 대한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급등락 없이 저유가가 이어진다면 2016년 석유화학 업황은 2015년과 비슷한 기조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유가 외에 큰 변수는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주요 산업 생산량을 10% 줄이면 국내 화학 업종의 부가가치는 4.3% 떨어진다. 석유와 석탄(2.9%), 항공(2.9%)보다 높은 수준으로 국내 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도 본격 시행 등도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특히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면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도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김평중 본부장은 “2016년보다는 규제 폭이 커지는 2017년에 파급력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화학 업계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려고 하지만, 업계는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총론은 맞는데 어떻게, 누구를 중심으로 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사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2015년은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실적이 말해준다. 제약 업종에서 국내 55개 상장사는 201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4%, 2.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15년에는 증가폭이 훨씬 커졌다. 64개 상장사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2014년 대비 10.5%, 누적 영업이익은 13.6%가 증가했다.
바이오·제약산업은 2016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의 기술·영업력이 성장했고, 특히 2015년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약 수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15년에만 5건의 신약 기술을 수출한 한미약품 효과가 크다.
김형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등이 바이오·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을 복제약 위주에서 연구·개발(R&D) 중심의 고수익 위주로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는 상태였던 복제약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 신약과 의약품 위탁생산 등 다양한 경로로 수출을 늘리면서 국내 바이오·제약산업 전반의 성장세도 회복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성장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물론 전망대로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바이오·제약 업계를 주로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며, 차제에 기술 발전 속도에 뒤처진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바이오·제약 분야가 과거 전자·자동차 등이 그랬듯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스스로 시장 변화를 잘 예측해서 R&D의 결과물을 제대로 상업화해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신약 론칭 시기와 효능의 차별화, 해외 틈새시장 공략 등으로 승산 있는 싸움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2015년 국내 화장품 업계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국내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LG생활건강과 한국콜마·제닉·코리아나·한국화장품 등이 모두 좋은 실적을 냈다. 증시에서도 고공비행 중이다. 2016년 전망도 밝다. 중국인의 한국 화장품 사랑이 여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2014년 27억 위안(약 4860억원)이었던 중국 법인의 매출이 2017년에는 70억 위안(약 1조26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 내 로컬 브랜드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아직 국산 화장품 품질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를 중심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라는 점은 리스크다. 중국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세안(ASEAN) 화장품 시장의 성장 여부도 변수다.
불황에 강하다는 식품·의류산업 기상 예보는 ‘다소 흐림’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에선 원재료 가격 상승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2015년 하반기 들어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2016년에는 연초부터 음식료 업계의 고전이 예상된다. 더욱이 엘니뇨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다른 곡물 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 3~4년간 국제 곡물 가격은 하락 추세였고, 국내 식품 업계도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언제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의류 업계는 해외 직구 열풍 속에 험난한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의류 등의) 국산 소비재 시장점유율이 하락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온라인 쇼핑 업체의 국제화를 지원하고 수·출입 통관 빅데이터를 적극 공개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이창균·박성민·함승민 기자 moon.heechul@joins.com
2014~2015년 우리나라 수출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2014년 국내 제조업 매출은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최종 통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2015년 실적도 내리막을 걸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수출의 87%를 차지하는 10대 주력 산업이 반도체를 제외하면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 주력 산업 기상예보 역시 ‘잔뜩 흐림’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무역액은 소폭 늘겠지만, 수출 증가율은 2.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5대 주력 산업(전기전자·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과 수출 엔진으로 떠오른 2대 유망 산업(바이오·제약, 화장품) 전망을 알아봤다.
전기·전자 | ‘스마트폰 샌드위치’ 신세 우려
애플과 중국 업체들이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5년 10월 말 베트남 호찌민시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2014년에는 인도네시아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애플은 2016년 4인치대 크기의 중·저가형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이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샤오미·화웨이 등은 중남미와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에 진출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신흥국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 수요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샌드위치론’을 제기했다.
가전 부문은 브라질 올림픽 특수가 기대되지만, 중국 경기 둔화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센스·하이얼·TCL 등 중국 기업의 도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전 제조사들이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 부문에서 다소 밀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 때문인데, 2016년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반도체인데, 현재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16년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6년에는 국내 업체들의 D램 반도체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2015년보다는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6년 3D 낸드(NAND)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 ‘친환경·SUV·럭셔리’ 대격돌 예고
2015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지지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8140만대로 지난해 대비 1.5%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한국 내수 시장은 비교적 양호했다. 수입차를 포함해 총 180만대가 판매돼 8.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대부분 전문가가 2015년보다는 나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큰 기대는 힘들다. 그나마 2015년에 깊은 침체에 빠졌던 브라질과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미약하게나마 회복될 기미가 보인다. 중국 역시 2015년 하반기 자동차 취득세 인하 정책을 펼친 덕에 2015년보다는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성장세가 한풀 꺾일 확률이 높다.
2016년 한국 자동차산업의 키워드는 친환경과 소형·SUV, 럭셔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수소차가 대세가 되겠지만, 당장은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리드 시장의 성장은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국내 업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늘리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앞서 있는 시장을 현대·기아차가 얼마만큼 빼앗아 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국내 업계가 올 하반기 집중적으로 출시한 소형·SUV 차량이 2016년 국내외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2015년 1월 고급차 전용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꺼내 든 현대차의 승부수가 2016년 어떤 결과를 낼지도 관심거리다. 2016년은 물론이고, 더 먼 미래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 최악의 불황 탈출 ‘시계 제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산업은 2016년에도 여전히 안갯속을 헤맬 전망이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다, 해양 플랜트, 상선 시장 등도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 수주량은 2013년 187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서 2014년 1260만 CGT로 크게 줄었다.
2015년 수주량은 1090만CGT로 추정된다. 선종별로 봐도 컨테이너선·유조선을 제외한 대부분 선종이 감소했다. 제품운반선은 무려 32%나 줄었다. 국내 조선사들이 강세를 보이던 LNG선 시장도 전망이 어둡다. 2015년 상반기 수주 실적은 양호했으나 미국 셰일가스 생산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며 2015년 하반기 분위기는 좋지 않다. 수주가 부진하면서 수주 잔량도 감소하고 있다. 2014년 기준 3420만CGT였던 수주 잔량은 2015년 3210만CGT로 감소했고, 2016년에는 3140만CGT로 줄 전망이다. 조선 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운업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것도 부정적이다.
저유가 기조도 조선산업에는 부정적이다. 해양플랜트 발주 등 이익을 내기 위한 국제 유가는 최소 70달러 이상이라는 게 석유화학 업계의 정설이다. 문제는 2016년에도 국제 유가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불황의 늪에서 언제 벗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16년에도 국내 조선산업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불황기에 한국 조선소에 적잖은 물량을 제공한 LNG선 시장도 당분간 위축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철강 | 수요도 공급도 중국이 탈출구
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철강산업 역시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중국이 문제다. 2014년 중국의 조강 능력은 11억6000만t으로 2008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 철강 소비는 6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철강 소비량이 2013년을 고점으로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유휴 시설이 늘고, 철강 가격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효과를 거두고, 중국과 동남아, 중동·유럽에 이르는 지역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로 철강 수요가 늘면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이야기는 해마다 이 맘 때면 반복되는 이슈다. 시장에서 기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도 마찬가지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 효과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대일로 사업 중 철강이 필요한 철도 등 수송에 대한 투자액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 업계는 2016년에도 힘든 한 해를 보낼 듯하다. 중국 철강 업계가 정리될 때까지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살아남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미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포스코는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며 내실 다지기가 한창이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를 자동차 강판 부문에 집중하도록 했다.
석유화학 | 유가 급등락만 없다면…
2014년 말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2015년 두 얼굴의 실적을 보였다. 수출액은 크게 줄었는데, 수익성은 좋아졌다. 수출 물량은 줄었지만, 저유가 기조 속에 원료 수입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도 저유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평중 대한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급등락 없이 저유가가 이어진다면 2016년 석유화학 업황은 2015년과 비슷한 기조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유가 외에 큰 변수는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주요 산업 생산량을 10% 줄이면 국내 화학 업종의 부가가치는 4.3% 떨어진다. 석유와 석탄(2.9%), 항공(2.9%)보다 높은 수준으로 국내 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도 본격 시행 등도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특히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면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도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김평중 본부장은 “2016년보다는 규제 폭이 커지는 2017년에 파급력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화학 업계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려고 하지만, 업계는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총론은 맞는데 어떻게, 누구를 중심으로 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사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바이오·제약 | R&D 역량, 규제 완화에 미래 달려
바이오·제약산업은 2016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의 기술·영업력이 성장했고, 특히 2015년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약 수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15년에만 5건의 신약 기술을 수출한 한미약품 효과가 크다.
김형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등이 바이오·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을 복제약 위주에서 연구·개발(R&D) 중심의 고수익 위주로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는 상태였던 복제약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 신약과 의약품 위탁생산 등 다양한 경로로 수출을 늘리면서 국내 바이오·제약산업 전반의 성장세도 회복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성장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물론 전망대로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바이오·제약 업계를 주로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며, 차제에 기술 발전 속도에 뒤처진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바이오·제약 분야가 과거 전자·자동차 등이 그랬듯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스스로 시장 변화를 잘 예측해서 R&D의 결과물을 제대로 상업화해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신약 론칭 시기와 효능의 차별화, 해외 틈새시장 공략 등으로 승산 있는 싸움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화장품·식품·의류 | 시장 지각변동-원자재 값 상승이 변수
2015년 국내 화장품 업계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국내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LG생활건강과 한국콜마·제닉·코리아나·한국화장품 등이 모두 좋은 실적을 냈다. 증시에서도 고공비행 중이다. 2016년 전망도 밝다. 중국인의 한국 화장품 사랑이 여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2014년 27억 위안(약 4860억원)이었던 중국 법인의 매출이 2017년에는 70억 위안(약 1조26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 내 로컬 브랜드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아직 국산 화장품 품질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를 중심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라는 점은 리스크다. 중국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세안(ASEAN) 화장품 시장의 성장 여부도 변수다.
불황에 강하다는 식품·의류산업 기상 예보는 ‘다소 흐림’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에선 원재료 가격 상승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2015년 하반기 들어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2016년에는 연초부터 음식료 업계의 고전이 예상된다. 더욱이 엘니뇨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다른 곡물 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 3~4년간 국제 곡물 가격은 하락 추세였고, 국내 식품 업계도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언제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의류 업계는 해외 직구 열풍 속에 험난한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의류 등의) 국산 소비재 시장점유율이 하락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온라인 쇼핑 업체의 국제화를 지원하고 수·출입 통관 빅데이터를 적극 공개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이창균·박성민·함승민 기자 moon.heechul@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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