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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3%도 위태위태… 더 멀어진 3만달러시대

바람아님 2016. 1. 11. 00:42

조선일보 : 2016.01.07 03:05

[한국, 2만달러 돌파 후 10년째 제자리… 日·獨은 5년만에 달성]

성장잠재력 금융위기후 3%대 뚝… 2015~2018년 3.0~3.2% 예상
작년 低성장·低물가·强달러 3중 악재가 3만달러 발목 잡아
現 정부 임기내 달성 어려울 듯

한국은행은 6일 보고서를 내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3% 초반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체력이 뚝 떨어졌다는 우려가 컸지만,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이를 실제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이처럼 경제 체력이 떨어지면서, 당초 2015년쯤이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7번째로 국민소득 3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달성하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던 장밋빛 전망이 현실에서 더 멀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DP는 2만7000~2만8000달러 선으로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후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초반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

한국은행은 6일 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추정 결과' 보고서를 통해 "잠재성장률이 최근 3% 초반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이란 자본·노동력 등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2001~2005년만 해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5% 안팎(4.8~5.2%)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인 2011~2014년 3.2~3.4%로 뚝 떨어진 뒤, 2015~2018년엔 이보다 한 계단 더 내려가 3.0~3.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설상가상으로 2011~2014년 우리나라의 실제 성장률은 연평균 3.0%로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계속 낮아지는 한국 잠재성장률 그래프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이렇게 뚝 떨어진 원인으로 인구 고령화와 투자 부진, 서비스업의 생산성 정체 등을 꼽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경제 체력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은 1990년대 평균 1.7%에서 2000년대 1.2%로 0.5%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늘리고, 공장 시설을 해외로 이전시키면서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기마저 둔화돼 한국 경제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0~2007년)에 세계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4.5%였으나 금융위기 이후(2008~2014년)에는 연평균 4.0%로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진정되더라도 전 세계 성장잠재력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강환구 한은 조사국 팀장은 "우리나라가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 개선 노력도 적극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멀어진 1인당 GDP 3만달러 시대

국제통화기금은 당초 2014년 하반기에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15년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807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8000달러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충분히 손에 닿을 만한 거리였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전망은 빗나갔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2%대에 그침에 따라 1인당 GDP도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2만달러 벽을 넘은 뒤 2만달러대에 10년째 머물러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추락하고 글로벌 경제 환경도 악화되고 있어 내년에도 3만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1인당 GDP 2만달러에 진입한 지 5년 만에 3만달러 문턱도 껑충 넘었던 일본·독일에 비하면 한참 부진한 경제 성적표다.

지난해 1인당 GDP 3만달러 달성에 실패한 이유는 저(低)성장·저(低)물가·강(强)달러라는 3중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1인당 GDP는 실질성장률과 GDP 디플레이터(국민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를 합쳐 계산한 명목GDP를 인구수로 나눈 뒤 달러화로 환산해 계산한다. 따라서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을수록, 원·달러 환율이 높을수록(강달러) 1인당 GDP는 낮아지게 된다.

이 잣대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성장률은 정부 목표치 3.8%에 한참 못 미친 2%대 중반에 그쳤고, 물가상승률도 역대 최저인 0.7%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1050~ 1100원대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보다 높은 1130원대를 형성했다. 이 같은 악조건이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없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소득 3만달러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경제연구소는 “낮은 성장세와 통화 약세를 감안할 때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200달러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작년 10월에 내놓은 전망치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GDP 3만달러 진입 시기를 2017년으로 고쳐 잡았다. 이 또한 3%대 성장과 적정한 환율이 뒷받침돼야 실현할 수 있는 목표다. 현재 1인당 GDP와 인구증가율을 감안하면 경상성장률이 연평균 4%가량 돼야 향후 2년 안에 3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는데,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3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임기 내 달성이 어려워진다.